'말 안듣는' 쿠팡을 겨냥한 정책인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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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듣는' 쿠팡을 겨냥한 정책인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란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2-09 16:52

[Hinews 하이뉴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에 대해 온라인 판매에 한해 심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을 논의·추진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결과 브리핑에서 “당정은 온라인 비중 확대 등 유통 환경 급변에 따라 현행 오프라인 중심 유통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쿠팡을 중심으로 이미 독과점화된 온라인 유통시장을 방치한 채, 오히려 오프라인 유통재벌에게 동일한 24시간 경쟁을 허용해 소상공인은 물론 노동자의 건강권까지 해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에 대해 온라인 판매에 한해 심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을 논의·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에 대해 온라인 판매에 한해 심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을 논의·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는 단순한 ‘불편한 규제’가 아니었다. 2010년대 초 대형마트의 24시간 영업 확산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급속히 붕괴되고, 유통노동자들이 과로와 심야노동에 내몰리자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였다. 대형마트의 무제한 영업은 지역 중소상인과 상권을 무너뜨렸고, 지역 유통망을 파괴해 지역경제를 이른바 ‘공동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 쿠팡이었다. 법적으로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업시간 규제를 피해온 쿠팡은 새벽배송과 초단기 배송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쿠팡의 매출은 2024년 41조3000억원으로,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37조1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노동자와 지역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물류센터와 택배 노동자들은 장시간·초심야 근무에 내몰리며 과로사와 건강 악화 위험에 노출됐다. 실제로 택배업계에서는 심야·초단기 배송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빈번히 보고됐다. 또한 쿠팡은 플랫폼 독과점 구조를 통해 소상공인과 지역 유통망을 압박하고, 중소마트와 전통시장 점포들을 빠르게 잠식했다. 가격 결정권과 상품 선택권 역시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일부 상품의 담합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중소상인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가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기까지 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이번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시점과 내용이다. 쿠팡의 문제와 위험이 사회적 논란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려는 결정이 과연 “유통 환경 변화와 소비자 편익” 때문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독과점 문제를 회피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 여권 내 민원과 정치적 부담을 덜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늑대(쿠팡)를 울타리 밖으로 몰아내라 했더니, 정부가 다른 늑대(롯데·신세계)를 울타리 안에 풀어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연간 고객 수는 2021년 20억3000만명에서 2024년 15억7000만명으로 급감했다. 온라인 플랫폼 확산만으로도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본력과 물류망을 갖춘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 경우 골목상권은 사실상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는 이번 조치를 ‘쿠팡식 속도 경쟁의 전국적 확산’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심야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A군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 명백한 건강 위험”이라며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을 포기하는 반노동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조차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 전반에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죽음의 일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통시장의 단기적 편의와 경쟁을 명분으로 장기적 다양성과 균형을 포기한다면, 그 피해는 중소상인과 노동자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국민 전체로 돌아온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을 막론한 유통 대기업의 독과점과 심야노동을 통제하고, 중소상인과 노동자, 소비자가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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