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서 폐암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면서, ‘폐암=흡연’이라는 기존 인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신규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흡연자로 보고되고 있다. 흡연력만으로는 폐암 위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비흡연자 6000명 분석, 만성 폐질환이 핵심 변수
김홍관·이정희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 지원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곽현석 전공의 공동 연구팀은 국내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호흡기 분야 학술지 ‘체스트(CHEST)’ 최근호에 실렸다.
비흡연자라도 만성 폐질환과 가족력, 사회·경제적 요인이 겹치면 폐암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두 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을 진단받은 비흡연자 3000명과 폐 질환이 없는 대조군 3000명을 일대일로 비교해 위험 요인을 살폈다.
분석 결과, 비흡연자 폐암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요인은 만성 폐질환이었다. 흡연 경험이 없더라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결핵 병력이 있으면 폐암 위험이 대조군보다 2.91배 높았다. 특히 COPD 환자의 경우 위험도가 7.26배까지 상승했다. 연구팀은 폐에 지속되는 만성 염증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가족력·거주지·실업 상태도 위험도에 영향
만성 폐질환 외에도 가족력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비흡연 폐암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확인됐다. 1촌 이내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은 1.23배 증가했다. 형제자매에게 폐암 병력이 있을 때는 위험도가 1.54배로 더 높게 나타났다.
거주 지역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폐암 위험은 수도권 거주자보다 2.81배 높았다. 연구팀은 산업·환경적 노출 차이나 의료 접근성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제적 요인 역시 영향을 미쳤다. 실업 상태인 비흡연자는 폐암 위험이 1.32배 높았으며, 이는 건강 관리 여건과 의료 이용의 차이와 연관된 결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