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은 국내에서 쌓은 스마트 배전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은 물론,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내 분산전원(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LS일렉트릭의 북미 배전 사업은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의 증설에 나섰다.
LS일렉트릭의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사업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북미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하며 지난해 연간 수주 실적(8000억원)을 넘어섰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가운데)이 북미 유타주 소재 'LS일렉트릭 유타'에서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LS일렉트릭 제공>
LS일렉트릭은 올해 6월 북미 AI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1064억원(약 7043만달러) 규모의 38kV급 고압 배전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기존 빅테크 고객이 추가 물량을 발주한 프로젝트다.
최근 미국은 AI·클라우드 컴퓨팅 수요 급증과 송전망 노후화로 전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인프라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LS일렉트릭은 스마트 배전반과 지능형 차단기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 공장, 건물의 전기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절감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전력 기업 블룸에너지와 2억2000만달러(약 3190억원) 규모의 빅테크 데이터센터 배전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북미 빅테크와 1억1497만달러(약 1703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 5월에는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약 7000만달러(약 1050억원) 규모의 진공차단기(VCB) 등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약 6400만달러(약 96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 고압 배전반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 마이크로그리드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은 LS일렉트릭이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 진입한 성과로 평가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 전력망과 달리 소규모 지역 단위 발전·배전 시스템을 갖춘 분산 전원을 뜻한다.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는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꼽힌다.
이번 계약은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가스 터빈을 전력원으로 활용해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내 현지 전력업체와 협력했다.
LS일렉트릭은 국내외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수행한 이력이 있다. 경기 의왕, 전남 서거차도, 태국 방콕 등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했으며, 전남 서거차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직류(DC) 배전망을 구성해 가로등·가전·전기카트 등을 구동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LS일렉트릭은 국내 대기업의 북미 현지 설비투자에 전력 인프라를 90% 이상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약 1746억원 규모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배전시스템 공급계약에 이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전력 기자재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의 서배너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SK온 합작 배터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사 얼티엄셀즈 1·2·3공장에도 전력 기자재를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028년까지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공장 등 미국에 약 3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배전반과 전력기기, 변압기 등 전력 시스템 풀라인업 공급 역량을 확보해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관세 대응을 위한 현지화 전략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상 배전 시장은 송전 시장의 2~3배 규모로 추산되며, 북미 배전 시장은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약 6배 규모로 전망된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주 'LS일렉트릭 유타'와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 등 현지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북미 전력기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유타주 시더시티에 위치한 LS일렉트릭 유타에 총 25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번 증설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기존 1만3223㎡(약 4000평) 생산시설에 6만6115㎡(약 2만평)를 추가해 총 7만9338㎡(약 2만4000평) 규모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LS일렉트릭 유타 사업장의 배전반 생산 능력이 연간 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지난해에는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 북미 사업 지원 복합 캠퍼스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했다. LS일렉트릭은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전역 생산거점에 총 2억4000만달러(약 3500억원)를 투입해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국내에서 검증된 스마트 배전 기술과 공급 역량을 기반으로 북미 데이터센터와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며 "현지화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의 전력 수요 확대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