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가격 안정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음에도 물가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위험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낮추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오히려 상향 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뛰는 수준을 넘어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망 수정이 갖는 의미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소비자물가가 낮아졌다는 사실보다 근원물가가 높아졌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정부 정책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근원물가는 경제 내부에 쌓이는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가격 안정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음에도 물가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위험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낮추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오히려 상향 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제 최근 물가 흐름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가격 안정 정책 영향으로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단체여행비와 항공료, 차량 임대료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외식과 교육, 주거 관련 비용 역시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의 성격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국제유가 급등이나 농산물 가격 상승처럼 외부 충격이 물가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떠안고 있던 비용 부담이 점차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면서 보다 구조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환율 상승은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가격을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이 특정 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조업체의 비용 증가는 결국 유통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서비스 가격과 소비자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50원 안팎까지 상승한 것도 시장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 일부를 흡수하며 버텨왔지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반기 물가 흐름을 더욱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소비자물가 지표만 놓고 보면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근원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그 이면에서 보다 강한 압력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근원물가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나 농산물 가격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하락할 수 있지만 외식비와 학원비, 임대료, 각종 서비스 요금은 인상 이후 다시 낮아지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근원물가를 '끈적한 물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원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면 통화 완화 시점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계는 높은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기업은 투자 비용 증가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취약계층의 부담 확대다. 물가 상승은 모든 계층에 영향을 미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이 크다. 식료품과 주거비, 교통비 등 필수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명목 임금이 소폭 오르더라도 생활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OECD의 이번 전망 수정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평가와 달리 경제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하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당장의 물가 상승률이 아니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시작된 비용 압력이 서비스와 생활물가 전반으로 번지며 한국 경제에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라면서 “그리고 OECD는 이번 전망을 통해 그 위험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