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철이 되면 유독 다리의 통증과 부종을 호소하며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급증한다. 많은 사람이 여름철에 느끼는 피로감과 하체 둔중감을 단순한 기력 저하나 높은 기온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 속에서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밤마다 쥐가 나 잠을 설친다면, 이는 온열 질환이 아니라 다리 혈관의 이상 신호인 하지정맥류의 악화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기온 상승은 인체의 혈관 시스템, 특히 하체의 정맥 순환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내부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진행성 혈관 질환이다.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아래로 역류하고 정체되면서 혈관이 늘어나고 다양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임재웅 88흉부외과의원 원장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여름철에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체온 조절 메커니즘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은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기 위해 피부 표면의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때 동맥뿐만 아니라 정맥 역시 함께 확장되는데, 문제는 이미 탄력을 잃고 늘어나 있는 하지정맥류 환자의 혈관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더욱 넓어진다는 점이다. 혈관의 직경이 넓어지면 혈류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중력의 영향을 받는 하체 정맥 내부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혈액이 고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늘어난 혈액량은 정맥 내의 압력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혈액의 역류를 간당간당하게 막고 있던 판막에 가해지는 부담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정체된 혈액과 염증 물질이 주변 신경 조직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다리의 중압감, 터질 것 같은 통증, 극심한 피로감, 그리고 한밤중에 불시에 찾아오는 종아리 경련 증상이 여름철에 유독 심해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하지정맥류 수술이라고 하면 피부를 크게 절개하여 원인 혈관을 직접 뽑아내는 발거술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흉터와 통증, 긴 회복 기간에 대한 우려로 노출이 많은 여름철 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의료 기술의 발달로 정립된 치료법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오늘날 시행되는 치료는 레이저나 고주파의 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원인 혈관을 안에서 폐쇄하거나, 인체에 무해한 생체접착제를 주입해 혈관을 접착시키는 방식, 화학약물과 물리적 자극을 활용하는 방식 등 다양한 최소 침습적 수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출혈과 흉터 부담을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으며, 증상이 심해지는 시기에 맞춰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하체 혈관의 압력을 낮추려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여름철 다리의 피로를 풀기 위해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거나 족욕을 하는 행위는 늘어난 정맥 혈관을 더욱 확장시켜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대신 샤워를 마칠 때 다리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차가운 물을 뿌려주는 찬물 마사지를 시행하면 혈관 수축과 정맥 탄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업무 중에는 한 자세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한 시간마다 발목을 돌리거나 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까치발 운동을 실천하여 종아리 근육의 펌프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해 주어야 한다.
여름철에 느끼는 다리의 통증과 무거움증은 몸이 보내는 혈관 이상 신호이다. 더위 탓으로 돌리며 안일하게 방치하기보다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건강하고 가벼운 다리로 여름을 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