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 5일 근무를 주 4일로 바꾸면 기업의 생산성은 어떻게 달라질까. 영국에서 61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실험에서는 근무시간을 20% 줄인 뒤 직원 결근과 이직이 감소했고, 매출도 대체로 유지됐다. 근무일을 줄이는 대신 회의와 보고 절차를 정비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직무별 근무체계를 개편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주 4일제가 기업의 인력 운영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 5일 근무를 주 4일로 바꾸면 기업의 생산성은 어떻게 달라질까. 영국에서 61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실험에서는 근무시간을 20% 줄인 뒤 직원 결근과 이직이 감소했고, 매출도 대체로 유지됐다. 근무일을 줄이는 대신 회의와 보고 절차를 정비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직무별 근무체계를 개편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주 4일제가 기업의 인력 운영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연구진 등이 참여한 주 4일제 실험은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참여 조직은 총 61곳으로, 약 2,900명의 근로자가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20% 줄이는 방식으로 일했다. 온라인 유통과 금융서비스, 정보기술, 마케팅, 의료 등 여러 업종이 참여했으며, 기업별 업무 특성에 따라 휴무일과 근무 일정을 조정했다.
케임브리지대가 2023년 2월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 기간 직원들의 병가 사용 일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 줄었고, 퇴사자 수도 57% 감소했다. 직원의 71%는 번아웃 수준이 낮아졌다고 답했으며 39%는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매출 자료를 제출한 23개 기업의 매출은 실험 기간 평균 1.4% 증가했다. 참여 기업 61곳 가운데 56곳은 실험 이후에도 주 4일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18곳은 영구 도입을 결정했다.
성과를 좌우한 것은 근무일수 자체보다 업무 방식의 변화였다. 기업들은 회의 시간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확보했다. 이메일을 주고받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생산 공정을 점검하는 등 같은 업무를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하기 위한 개선도 진행했다.
실험을 이끈 브렌던 버첼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교수는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실험 전에는 노동시간 감소분을 상쇄할 만큼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시간 회의를 줄이거나 없애고, 업무 중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였으며,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영국 연구지원기관 UKRI가 2024년 공개한 후속 분석에서도 주 4일제의 운영 방식과 기업의 대응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연구진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별로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현장에 정착시키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실험 결과는 직원의 건강과 일·생활 균형, 인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참여 기업의 업종과 규모가 다양한 만큼 모든 기업에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제조업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근무체계를 조정한 사례가 나왔다. 경북 포항의 수처리 설비 운영기업 포웰은 현장 운영직에 4조 2교대제를 적용하고 사무직에는 격주 금요일 휴무제를 도입했다. 사무직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근무시간을 재배치해 격주 금요일을 쉬는 방식이다. 현장 설비를 계속 가동해야 하는 직무와 상대적으로 근무일 조정이 가능한 사무직에 서로 다른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포웰의 근무체계 개편은 주 4일제를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직무 특성에 맞춰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격주 금요일 휴무는 총근로시간을 유지하는 방식이어서, 주당 노동시간을 20% 줄인 영국 실험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근무일을 줄이는 제도와 실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는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 4일제 도입이 모든 기업에서 손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은 생산라인과 설비 가동을 유지해야 하고, 의료기관과 고객 응대 업무는 특정 시간대에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력 충원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에서 근무일만 줄이면 남은 근로자의 업무량이 늘거나 연장근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근무일수뿐 아니라 실제 노동시간, 업무량, 인건비, 결근율과 이직률, 생산성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버첼 교수도 주 4일제의 장기적인 효과를 낙관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실험 초기에는 새로운 근무 방식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높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장기적인 운영 결과를 더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주 4일제가 정착하려면 기업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성 개선 노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첼 교수는 영국 실험에 참여한 기업과 근로자들을 분석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직원의 건강과 일·생활 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실제 성과를 유지하려면 기업별 업무 특성에 맞는 운영 방식과 지속적인 생산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