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출산 이후 산모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 비용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용료가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은 전국에 2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시설과 공공시설의 2주 평균 이용료가 170만원 이상 차이 나지만 공공시설 상당수가 지역 주민에게 우선 이용권을 부여하고 있어 다른 지역 산모들이 저렴한 시설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출산 지원 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산후조리 인프라의 지역별 격차가 새로운 복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480곳 가운데 공공산후조리원은 29곳으로 전체의 6.0%에 그쳤다. 나머지 451곳은 민간시설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료로 산모들의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체 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출산 이후 산모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 비용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용료가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은 전국에 2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이용료 차이도 상당하다. 전국 민간 산후조리원의 2주 평균 이용료는 343만원인 반면 공공산후조리원은 170만원으로 집계됐다. 민간시설을 이용할 경우 공공시설보다 평균 173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서울의 민간 산후조리원 2주 평균 이용료는 543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 415만원, 광주 414만원, 세종 413만원, 경기 389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공산후조리원은 서울 평균 229만원, 경기 168만원, 전남과 경남 160만원 등으로 지역별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공공산후조리원 자체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이 8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이 7곳으로 뒤를 이었다. 경북은 3곳이었으며 서울·경기·충남은 각각 2곳에 그쳤다. 울산과 충북, 전북, 경남, 제주에는 각각 1곳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세종 등 6개 시도에는 공공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다.
수도권의 시설 편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 산후조리원 480곳 가운데 약 60%인 286곳이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지만 공공시설은 서울과 경기 각각 2곳씩 모두 4곳뿐이다. 수도권 전체 산후조리원에서 공공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서울은 산후조리원 116곳 중 서대문구와 송파구에만 공공시설이 있으며, 경기는 149곳 중 포천시와 여주시에 각각 1곳씩 운영되고 있다. 인천은 산후조리원 21곳이 모두 민간시설이다. 민간시설을 포함해 산후조리원 자체가 없는 시군구도 전국 94곳에 달한다.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는 산모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이용 기회를 주고 취약계층 산모를 먼저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 포천 공공산후조리원의 신청 경쟁률은 9.4대 1에 이르렀으며 경기 여주와 서울 서대문구도 각각 3.4대 1, 서울 송파구는 2.6대 1을 기록했다. 이용 자격을 갖추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입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지역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충북 제천 공공산후조리원은 일반실 2주 이용료가 190만원이지만 제천시민에게는 50% 감면 혜택을 적용해 95만원을 받는다. 충북 다른 지역 주민의 경우 도비 지원을 받더라도 이용료는 161만5000원이다. 지자체별로 거주기간과 우선순위, 감면율이 달라 저렴한 공공시설이 있더라도 주소지에 따라 실제 이용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다.
공공산후조리원 확충이 더딘 배경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이 관할 지역의 수요와 공급 상황을 고려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비와 운영비에 대한 안정적인 국비 지원 근거가 부족해 시설 확충 여부가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지원 대상과 규모에 한계가 있어 산후조리원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고 해서 모두 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는 국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비와 부대비용, 운영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구 100만명당 공공산후조리원 1곳 이상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을 지방사무로 보고 있으며, 행정안전부는 재원 대책이 없는 설치 의무화가 지방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역시 민간시설과의 경쟁 및 마찰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관계 기관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산후조리원 이용 수요를 고려하면 시설 접근성 문제는 단순한 지역 복지사업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출산한 산모 3221명 가운데 85.5%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평균 이용 기간은 12.6일이었으며 산후조리원 지출 비용은 평균 286만5000원으로 2021년보다 17.9% 증가했다. 산모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정부 정책도 산후조리 경비 지원으로, 응답자의 60.1%가 이를 선택했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는 산후조리원 이용료 상승과 관련해 "저출산 때문에 출산이라는 행위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생에 한 번뿐인 소비인 만큼 이왕이면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은 마음이 특실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