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뒤 가슴 두근거림… 부정맥 경고일 수 있다

건강·의학 > 의학·질병

술 마신 뒤 가슴 두근거림… 부정맥 경고일 수 있다

“하루 한 잔도 안심 못 해”… 심방세동은 조용히 위험해진다
두근거림·어지럼증 반복된다면 검사는 필수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6-01-14 09:52

[Hinews 하이뉴스] 회식 다음 날 새벽, 이유 없이 가슴이 빠르게 뛰어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됐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이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기본 심전도에서는 이상이 없었지만 며칠간 착용한 심전도 검사에서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확인됐다. 진단은 부정맥이었다.

부정맥은 심장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게 뛰거나, 박동이 불규칙해진다. 정상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로 규칙적인 박동을 유지하지만, 심장 내 전기 신호의 생성이나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리듬이 흐트러진다. 빈맥, 서맥, 심방세동 등 유형도 다양하고, 위험도 역시 각각 다르다.

모든 부정맥이 위급한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며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반면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쉬운 심방세동처럼,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이는 부정맥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 후 반복되는 가슴 두근거림은 심방세동을 포함한 부정맥 신호일 수 있어, 조기 검사와 절주·금연 등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음주 후 반복되는 가슴 두근거림은 심방세동을 포함한 부정맥 신호일 수 있어, 조기 검사와 절주·금연 등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조용히 진행되는 심방세동, 뇌졸중 위험 키운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가늘게 떨리듯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부정맥이다.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 안에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이 생기면 뇌졸중 위험도 급격히 높아진다. 최근에는 심방세동이 인지 기능 저하와도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대인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 돌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표적인 부정맥”이라며 “증상이 거의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음주는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연구에서는 매일 한 잔 정도의 소량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교수는 “심방세동 위험이 있거나 이미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적당한 음주’라는 기준은 의미가 없다”며 “소량이라도 음주는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음주 후 반복되는 두근거림, 단순 숙취 아닐 수도

부정맥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이다.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거나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생겼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대인 교수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간헐적이더라도 맥박의 불규칙성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무증상 부정맥은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채 위험이 누적될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단은 심전도 검사로 시작한다. 증상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24시간 활동 심전도나 장기간 착용하는 패치형 기기를 활용해 진단한다. 부정맥의 원인은 고혈압, 당뇨, 심부전, 심장판막질환 등 심장 질환뿐 아니라 비만, 수면무호흡증, 갑상선 질환 같은 전신 질환과도 밀접하다.

◇치료만큼 중요한 절주·금연과 생활 습관 관리

부정맥 치료는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기본은 약물 치료다. 심박수를 안정시키거나 리듬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하고 심장의 부담을 줄인다. 약물로 조절이 어렵거나 증상이 반복되면 시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유발하는 비정상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특정 부정맥에서 좋은 치료 성과를 보인다. 심장이 지나치게 느리게 뛰는 경우에는 인공심박동기 삽입이 필요할 수 있다.

생활 습관 관리는 치료의 연장선이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카페인 섭취, 과식은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짜고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채소와 생선 위주의 식단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걷기나 자전거처럼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적당하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이대인 교수는 “부정맥은 꾸준한 관리 여부에 따라 경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체중 조절, 규칙적인 운동, 절주와 금연 같은 작은 실천이 약물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가슴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부정맥으로 인한 큰 위험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임혜정 기자

press@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헬스인뉴스 칼럼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