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눈앞이 멍해지고 몸이 떨리는 증상이 두 번 이상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뇌전증(간질)’의 대표적인 신호일 수 있으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뇌전증이란? 흔하지만 오해 많은 질환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전기 신호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작이 발생하는 만성 신경 질환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작이 2번 이상 나타나면 진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간질’이라는 명칭이 사용됐지만, 차별과 낙인을 줄이기 위해 현재는 ‘뇌전증’이라는 용어를 쓴다.

반복되는 원인 없는 발작,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일상 복귀 가능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반복되는 원인 없는 발작,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일상 복귀 가능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5분 이상 발작이 멈추지 않거나, 연달아 발작이 나타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뇌전증 지속상태’로 분류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라며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병은 전 연령에서 가능하지만 5세 이하 소아기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소아는 유전적 요인, 출산 전후 뇌 손상, 신경계 기형 등이 주요 원인이고, 성인은 뇌졸중, 뇌종양, 외상, 감염성 뇌질환(뇌염·수막염), 치매 등이 주된 원인이다.

국내에서도 인구 1000명당 약 5명이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특히 75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

뇌전증 진단은 환자의 발작 당시 증상과 상황을 파악하는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목격자의 진술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진단 과정에서는 뇌파검사(EEG)를 통해 비정상 전기 활동을 확인하고, 뇌 MRI나 CT 촬영으로 구조적 이상 여부를 살핀다. 필요시 장시간 뇌파 감시, 혈액·소변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도 추가로 진행한다.

국제 기준(ILAE, 2017)에 따르면 발작은 전신 발작 : 대뇌 양쪽에서 동시에 시작, 국소 발작 : 특정 부위에서 시작, 불명 발작 : 시작 부위를 알 수 없음으로 구분된다.

또한 뇌전증은 실신, 공황장애, 틱, 기면증, 야경증 등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수다.

치료의 중심은 약물이다. 항뇌전증 약제는 뇌신경의 과도한 방전을 억제해 발작을 예방하며, 꾸준한 복용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 환자 중 약 70%는 약물로 발작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약물 반응이 없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이 경우에는 뇌 수술, 뇌신경 자극술(미주신경·심부뇌 자극술), 케톤식이요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
◇생활 관리만 잘해도 충분히 일상 가능

뇌전증은 전염되지 않으며, 정신질환이나 유전병도 아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일반적인 만성질환으로, 환자에 대한 편견은 버릴 필요가 있다.

생활 습관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약은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수면 부족과 과음은 반드시 피하고, 일상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일부 건강보조식품이나 약물은 항뇌전증 약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1년 이상 발작이 없고 치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운전도 가능하며, 취업이나 결혼 등 일상생활에도 법적 제약은 없다. 다만, 버스·택시 운전이나 중장비 조작처럼 사고 위험이 큰 직업은 제한될 수 있다.

문혜진 교수는 “뇌전증은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의료진·환자·가족이 함께 관리해나간다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H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