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자신이나 주변이 움직이지 않는데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두통과 함께 신경과 외래에서 흔하게 보고되는 증상이지만, 일부는 뇌질환이나 심혈관계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나승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어지럼증은 하나의 병이 아니라 여러 질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특히 반복되거나 강도가 심하고, 복시나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뇌졸중 같은 신경계 이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생리적 피로부터 말초 전정기관 문제, 중추신경계 질환, 심혈관계 이상, 자율신경 이상, 심리적 원인까지 다양하다. 이 중 말초성 어지럼증은 가장 흔하며,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환이 있다.
이석증(양성돌발성체위현훈)은 귀 속의 이석이 잘못된 위치로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메니에르병은 내림프액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정신경염은 전정신경의 염증으로 발생한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졸중, 뇌종양, 파킨슨병, 소뇌실조증 등 보다 심각한 원인과 연관된다. 또한 기립성 저혈압이나 부정맥, 당뇨,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질환도 어지럼을 유발할 수 있다.
◇원인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어지럼증의 얼굴
어지럼증은 그 양상에 따라 여러 형태로 구분된다. 어떤 어지럼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그 원인과 대응이 달라진다.
· 현훈(Vertigo):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감이 있다. 고개를 움직일 때 악화되며, 주로 전정기관 이상에서 발생
· 균형장애(Disequilibrium):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들고 휘청거리며 걷기 어렵다. 소뇌, 기저핵, 전두엽 등의 이상과 관련
· 실신성 어지럼증(Presyncope):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주로 기립성 저혈압이나 심장 문제에서 발생
· 심인성 어지럼증(Fuzzy dizziness): 명확한 회전감 없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 심리적 원인에서 발생
나 교수는 “시각, 전정기관, 감각계뿐 아니라 뇌의 신경망이 손상돼도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확한 감별 없이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상 감별과 조기 진단, 정확한 치료가 관건
어지럼증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으로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병력 청취다. 증상의 발생 시간, 유발 요인, 지속 시간, 동반 증상 등을 바탕으로 신경학적 진찰과 다양한 검사가 시행된다.
대표적인 검사에는 다음이 있다. 전정기능검사·뇌·MRI·CT, 전산화안진검사·청력검사·칼로릭 테스트(온도자극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자세 유발 검사 등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석증이라면 이석치환술이 효과적이며, 수면, 스트레스, 비타민 D 보충 등 생활습관 개선도 도움이 된다. 뇌졸중이나 종양이 원인이라면 항혈전제 치료나 수술, 전정재활운동이 필요하다.
심혈관질환이 함께 있다면 기저질환 조절과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하고, 심리적 요인이 클 경우에는 인지행동치료(CBT)와 약물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1. 수면과 수분 충분히 챙기기
2.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 피하기
3. 비타민 D 보충
4. 스트레스 조절 및 규칙적인 식사
5.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등) 관리 철저히
나 교수는 “어지럼증은 흔하다고 방심하기 쉬운 증상이지만, 신경계나 심혈관계 이상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며 “복시, 말 어눌함, 안면마비 등이 동반된다면 뇌질환의 전조일 수 있으니 반드시 조기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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