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살, 당신의 건강을 갉아먹는다
복부비만은 말 그대로 뱃속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다. 특히 장기 주변에 붙는 내장지방은 피하지방보다 훨씬 해롭다. 염증 물질과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며 대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겉보기엔 날씬한데 실제로는 내장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도 있어 단순한 체중만으로는 위험도를 판단할 수 없다.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은 내장지방을 급격히 키운다. 짜고 기름진 음식, 탄수화물 과다 섭취, 잦은 음주나 단 음료 습관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지방 축적을 부추긴다. 특히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복부비만 위험이 3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도 큰 문제다. 사무직 종사자, 운전을 오래 하는 사람 등 활동량이 적은 이들일수록 뱃살이 쉽게 쌓인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만 재도 간단히 체크할 수 있다. 남성 90cm(약 35.4인치) 이상, 여성 85cm(약 33.5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어도 내장지방이 과다한 경우도 많다. 이럴 땐 체성분 분석기나 CT 등 정밀 검사가 도움이 된다. 또 고지혈증, 고혈당, 고혈압 등의 대사이상 여부를 혈액검사로 함께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김진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심혈관 질환, 지방간, 일부 암 등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며, “체중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중년 이후라면 정기적인 체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습관을 바꾸면, 내장지방도 줄어든다
복부비만을 개선하려면 식단 관리와 운동이 기본이다. 나트륨 섭취 줄이기, 단백질·채소·식이섬유 중심 식사, 아침은 거르지 않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기
운동은 유산소 운동(걷기, 자전거, 수영 등)에 더해, 복부 근육을 자극하는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더 높아진다.
김진조 교수는 “복부비만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몸속 균형을 회복하는 게 핵심”이라며, “특히 야식과 음주는 내장지방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므로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내장지방 위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내장지방 고위험군이다.
1.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다.
2. 전체 체중은 정상이지만 배만 유독 나왔다.
3. 하루 6시간 이상 앉아 있거나, 주 2회 이하로 운동한다.
4. 외식을 자주 하고, 야식·탄산음료를 즐긴다.
5. 건강검진에서 혈압·혈당·중성지방 중 하나라도 경계 이상 판정을 받았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부족하거나, 이미 대사질환이 동반된 경우엔 의료진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 사용되는 GLP-1 유사체, SGLT2 억제제 등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당 조절과 대사 개선 효과까지 있어 활용도가 높다.
약물로도 개선되지 않거나, 대사질환이 심할 경우에는 비만대사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위의 일부를 절제하거나 음식 흡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압·혈당·지질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김진조 교수는 “복부비만은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대사와 면역 시스템이 경고를 보내는 신호”라며 “가족력이나 대사질환 병력이 있다면, 혈압처럼 허리둘레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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