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몸 밖에 나온 신생아, 서울아산병원서 국내 첫 치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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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몸 밖에 나온 신생아, 서울아산병원서 국내 첫 치료 성공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17 12:30

[Hinews 하이뉴스] 지난 4월 10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분만장에서 태어난 신생아 박서린(여, 8개월) 양은 심장이 몸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흉골이 없어 심장을 보호할 구조가 없고, 흉부와 복부 피부도 형성되지 않아 생명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서린이는 희귀 선천성 질환인 심장이소증(ectopia cordis)을 안고 태어났다. 이 질환은 100만 명 중 5~8명 정도에서 나타나며, 대부분 출생 전·직후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으며, 해외 사례도 제한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이 몸 밖에 나온 채 태어난 심장이소증 신생아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사진은 지난 12일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서린이, 백재숙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이 몸 밖에 나온 채 태어난 심장이소증 신생아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사진은 지난 12일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서린이, 백재숙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학제 협진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이소증 신생아의 치료에 성공했다. 의료진은 심장을 흉강 안으로 넣고 배양 피부로 흉부를 덮는 고난도 재건 수술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태아 시기부터 이미 정밀 초음파로 심장 구조와 건강 상태를 점검한 의료진은, 출생 후 심장을 보호하고 체온과 호흡을 유지하는 응급 처치를 시행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심장 재위치 수술과 배양 피부 이식, 3D 프린팅 흉부 보호대 제작, 재활치료 등을 통해 서린이는 생후 두 달 만에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일반 병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부모는 난임으로 14차례 시험관 시술 끝에 얻은 소중한 아기였기에, 치료 과정에서 절망적인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서린이는 현재 건강하게 성장하며, 향후 전흉벽 재건 수술을 위해 3세 이상까지 추가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백재숙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는 “서린이가 보여준 작은 변화가 의료진에게 희망이 되었고, 그 희망이 다음 치료 단계를 결정하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최세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초희귀 질환 아기를 살리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긴밀히 협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국내에서 보고된 적 없는 심장이소증 신생아 치료 성공으로, 희귀 질환 아기와 가족들에게 중요한 희망 사례로 기록됐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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