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HJ중공업이 미 해군과 체결을 추진 중인 함정정비협약(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이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협약 체결의 마지막 관문으로 평가받는 ‘항만보안평가(Port Facility Security Assessment, PA)’가 지난 5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차질 없이 마무리되면서, 이르면 1월 중 라이선스 체결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서도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의 분수령이 될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HJ중공업이 미 해군측과 체결 예정인 함정정비협약(MSRA)의 최종 심사인 ‘항만보안평가’가 지난 5일 차질 없이 마무리되어 1월 중 라이센스 체결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HJ중공업 제공)
함정정비협약(MSRA)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조선소 간 체결하는 공식 협약이다. 이 협약을 체결한 조선소에만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입찰 자격이 부여되며, 특히 엄격한 보안 요건이 적용되는 미 해군 전투함 정비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글로벌 조선·방산 시장에서 MSRA는 단순한 계약을 넘어, 미 해군이 인정한 ‘신뢰 가능한 파트너’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HJ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에 MSRA 체결을 위한 라이선스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산하 부부대장과 품질감독관, 해양조사관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부산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1차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당시 실사에서는 조선소의 시설 역량과 함정 정비 기술력, MRO 사업 수행 능력 전반이 집중적으로 점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실시된 항만보안평가는 MSRA 체결을 위한 최종 단계다. 항만보안평가는 미국 정부가 외국 항만 및 조선시설의 보안 준비 태세와 항만시설보안규칙(ISPS Code)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공식 절차로, 방위산업체로서의 보안 체계가 핵심 심사 대상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협약 체결 여부가 좌우되는 만큼, 조선업계에서는 ‘마지막 관문’으로 불린다.
5일 진행된 항만보안평가는 미 해군 범죄수사국(NCIS·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 소속 보안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직접 영도조선소를 찾아 현장 실사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가단은 항만 테러 대응 체계, 출입 통제 및 시설 관리, 감시·보안 시스템 운영 현황, 보안 규정 준수 여부, 군사·기술 정보 관리 체계 등을 세부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 해군 전투함 정비와 직결되는 고도의 정보 통제 능력과 보안 절차의 실효성이 중점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HJ중공업은 실사 과정에서 영도조선소의 전반적인 시설 현황과 함께 대한민국 해군 함정 및 해경 경비함 건조 실적, 다년간 축적된 MRO 사업 수행 경험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방산업체로서 운영 중인 사내 보안 규정과 실제 현장 적용 사례, 보안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체계 전반을 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평가단은 HJ중공업에 대해 미 해군 MRO 사업을 수행하기에 최적의 조선소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실시된 1차 현장 실사에서 이미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상당 부분 이뤄졌고, 이번 2차 실사는 방위산업체로서의 보안 체계와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성격이 강했다”며 “모든 검증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된 만큼, 1월 내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J중공업은 이미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는 성과도 거둔 상태다. 지난해 12월 중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아멜리아 에어하트함(USNS Amelia Earhart)’의 MRO 사업을 수주해 관련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SRA 체결이 완료될 경우, 해당 사업을 포함해 향후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복잡한 보안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MSRA 체결 이후에는 미 해군 전투함과 같이 고도의 군사 정보 보호가 필요한 함정의 MRO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발성 수주를 넘어, 안정적인 장기 사업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미 해군 전투함 MRO 시장 진출은 기술력과 보안 역량을 동시에 인정받아야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HJ중공업의 미 해군 협력 확대 가능성은 최근 한·미 간 방산 및 조선 협력 기류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상무부 알렉스 크루츠(Alex Krutz) 부차관보 일행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함정 MRO 사업은 물론 상선 건조 협력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구상이 구체화될 경우, HJ중공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HJ중공업의 이번 MSRA 체결 추진이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위상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 해군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사례가 축적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의 글로벌 방산·MRO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미 해군 MRO 사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보안, 신뢰, 운영 시스템 전반을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시장”이라며 “HJ중공업이 MSRA를 체결하게 되면 국내 조선업계의 방산 협력 영역이 한 단계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