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국제뇌전증협회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은 이 날을 통해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환자가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과거 ‘간질’이라는 이름으로 오해와 낙인 속에 가려졌던 질환이지만, 현재 뇌전증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신경계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 전달 과정에서 일시적인 과흥분이 발생해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뚜렷한 유발 요인이 없어도 발작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며, 단 한 번의 발작만으로는 진단하지 않는다.
뇌전증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발작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신경계 질환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전신 경련만이 전부는 아니다
뇌전증의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전신 발작의 경우 의식 소실과 함께 전신 경련이 나타나 비교적 쉽게 인지된다. 반면 국소 발작은 한쪽 팔다리나 얼굴만 떨리거나, 잠시 멍해지고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미묘한 형태로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대표적인 신경계 질환이지만 여전히 불치병이나 정신질환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제약이 없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소아부터 노년층까지, 원인은 다양
뇌전증은 소아·청소년기에 발생률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노년층 환자도 늘고 있다. 선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졸중,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상당수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
◇약물치료가 기본, 선택지는 넓다
진단은 환자의 병력과 발작 양상에 대한 자세한 청취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후 뇌파검사와 뇌 MRI 등을 통해 뇌의 전기적 이상과 구조적 원인을 확인한다. 치료의 기본은 항뇌전증 약물이다. 발작이 두 차례 이상 반복되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며, 환자의 약 70%는 꾸준한 복용만으로 발작이 잘 조절된다.
약물치료로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나 신경자극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비디오뇌파검사와 정밀 영상검사를 통해 발작 시작 부위를 확인한 뒤 병소 절제술, 미주신경자극술, 뇌심부자극술, 반응성 뇌자극술 등이 환자 상태에 맞게 적용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
◇치료와 함께 생활 관리도 중요
뇌전증 환자는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음주, 특정 약물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시기에는 운전이나 고소 작업, 단독 수영 등 위험한 활동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 교수는 “치료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작 조절과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증상이 의심될 때 지체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