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지난 2월 5일 오전 9시 12분께 원주시 단구동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친구인 10대 소녀를 비롯해 일가족 세명으로, 이들 모두 얼굴과 팔, 손목 등 여러 부위에 자상과 열상을 입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아파트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내부로 침입한 A군을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이후 경찰 수사를 마친 뒤 구속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자신의 집에서 미리 흉기를 챙겨 범행한 뒤 B양의 아파트를 찾아갔으며, 수사 과정에서 “남들이 보는 앞에서 B양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직후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인 김 모씨는 국회동의청원 게시판 글을 통해 “현재 형법상 미성년자(만 14세~17세)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보호처분 또한 병과될 수 있다. 다만 18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되지 않고, 유기징역의 상한도 15년으로 제한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살인, 살인미수, 방화, 성폭력 등 날로 흉악해지고 있는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며, 유기징역의 상한 역시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대폭 감경된다면, 이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뿐”이라면서 “ 최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촉법소년 및 미성년자 강력범죄에 대해, 이제는 분명한 기준과 실효성 있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이 사건만큼은 예외 없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가해자에게 형사처벌의 최고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드린다”면서 “그것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경고이자, 무고한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사건으로 저의 처제와 두 조카는 상상하기 어려운 중상을 입었다”면서 “처제는 얼굴과 손을 칼로 수차례 찔리고 베여 얼굴 성형수술이 불가피한 상태이며, 손의 인대와 신경이 심각하게 파손됐다. 큰 조카는 얼굴과 오른팔 등에 중상을 입었고, 둘째 조카 또한 오른 손목의 인대와 신경이 크게 손상되어 향후 6개월이 지나야 정상적인 손 사용이 가능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따.
현행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에 대해서는 책임능력을 인정하되 소년임을 고려해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60조에 따라 18세 미만인 자에게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으며, 유기징역의 경우에도 장기 15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소년범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병과되거나 별도로 내려질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의 취지는 미성년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고, 충동조절 능력과 판단력이 성인에 비해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우선하겠다는 데 있다. 처벌보다는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형사정책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강력범죄에 연루된 미성년자 사례가 잇따르면서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2019년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에서는 10대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공범이었던 미성년자는 법정 상한인 장기 20년형(당시 적용 규정 기준)을 선고받아 형량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2017년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역시 가해자들이 대부분 소년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및 소년범 처벌 강화 논의로 이어졌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하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년범에 대한 감경 규정은 책임능력의 미성숙성과 재사회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입법정책적 판단의 산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의 수법, 계획성, 결과의 중대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평가될 경우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과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과 같이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안에서는 양형 과정에서 피해 정도와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가족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감정 표출을 넘어 현행 소년형사정책의 한계를 짚는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