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치과질환, 방치하면 전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허도 수의사 반·동·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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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치과질환, 방치하면 전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허도 수의사 반·동·건 칼럼]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3-27 09:14

[Hinews 하이뉴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라면 한 번쯤은 구강 건강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람과 달리 통증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과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이상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치아와 잇몸의 문제는 단순히 입안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안에 증식한 세균은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심장 판막에 염증을 유발하는 심내막염이나 신장 기능 저하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만성적인 염증 상태는 면역 반응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강아지에게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치과 질환은 치은염과 치주염이다. 치은염은 잇몸에 염증이 생긴 초기 단계로, 치태와 치석이 쌓이면서 세균이 증식해 발생한다. 잇몸이 붉어지고 쉽게 출혈이 나타나며 입냄새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염증은 점차 깊어져 치주염으로 진행된다. 치주염은 잇몸뿐만 아니라 치아를 지지하는 치조골까지 손상되는 상태로, 치아 흔들림과 통증, 심한 경우 발치가 필요한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질환으로는 치근단농양이 있다. 이는 치아 뿌리 끝에 세균 감염이 발생하여 고름이 차는 질환으로, 외부에서는 눈 아래나 얼굴 부위가 붓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원인은 대부분 심한 치주염이나 치아 파절 이후 세균이 침투하면서 발생한다. 통증이 상당히 강한 질환이지만 보호자가 단순한 피부 문제로 오해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강아지의 치과 질환은 비교적 명확한 원인과 진행 과정을 가지며, 조기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허도 일산 에드워드 동물병원 원장
허도 일산 에드워드 동물병원 원장

고양이의 경우는 양상이 다소 다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구내염이 있다. 구내염은 입안 전체에 광범위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단순한 치석 문제를 넘어 면역 반응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잇몸뿐 아니라 구강 점막 전체가 붉게 부어오르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로 이어지기 쉽다. 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이다. 이는 고양이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아의 구조가 점차 흡수되며 무너지는 특징을 가진다. 초기에는 외형상 큰 이상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진행되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딱딱한 사료를 피하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행동, 갑작스러운 공격성 증가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들이 약물이나 단순 처치만으로 완전히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양이 구내염이나 치아흡수성병변은 진행 정도에 따라 발치가 주요 치료 방법으로 고려된다. 특히 염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부분 발치만으로는 충분한 개선이 어려워 전발치를 선택하게 된다. 전발치는 모든 치아를 제거하는 수술로, 지속적인 염증 자극과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발치에 대해 보호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식사 문제다. 치아가 모두 제거되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양이는 혀와 잇몸을 활용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통증이 사라진 이후에는 오히려 식욕이 회복되고 식사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구내염으로 인해 식사를 기피하던 개체일수록 전발치 이후 삶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전발치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통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치료 옵션 중 하나라는 점이다. 질환의 정도와 개체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적절한 시점에 시행될 경우 반려묘의 일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치료 단계까지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상적인 관리의 기본은 양치질이다. 꾸준한 양치는 치태 형성을 억제하고 구강 내 세균 증식을 줄여 염증 발생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매일 시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최소 주 2~3회 이상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미 형성된 치석은 칫솔질만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스케일링이다. 스케일링은 치아 표면에 단단히 부착된 치석과 치태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으로, 양치로 관리되지 않는 부분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치은염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으며, 치주염으로의 악화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반려동물의 구강 질환은 조기에 관리할수록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전발치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예방 관리가 기본이 되어야 하며, 특히 고양이의 경우 질환 특성상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치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통증 없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글 : 허도 일산 에드워드 동물병원 원장)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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