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스위치, 뇌에 있었다"... 장내 미생물이 시상하부 '안테나' 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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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스위치, 뇌에 있었다"... 장내 미생물이 시상하부 '안테나' 깨워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5-07 10:22

[Hinews 하이뉴스]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특정 물질이 뇌를 직접 자극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한국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김기우 교수팀은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분해할 때 만드는 '부티르산(butyrate)'이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 구조에 영향을 줘 대사 질환을 억제하는 기전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 호에 실렸다.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특정 물질이 뇌를 직접 자극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한국 연구진이 밝혀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특정 물질이 뇌를 직접 자극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한국 연구진이 밝혀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연구팀은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에 주목했다. 시상하부 신경세포 표면에는 세포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일차 섬모(primary cilia)'가 존재한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쥐에게 부티르산을 투여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부티르산을 투여한 군은 대조군보다 체중이 약 15% 줄었고, 음식 섭취량도 20%가량 감소했다. 혈당 조절 능력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부티르산은 시상하부 내에서 일차 섬모 형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와 단백질 발현을 늘렸다. 실제로 쥐의 뇌를 분석한 결과 대사 조절의 핵심 영역인 궁형핵과 복내측핵에서 일차 섬모 형성이 활발해졌다.

반면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특정 신경세포(AgRP 뉴런)에서 일차 섬모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쥐는 부티르산을 투여해도 체중 감소나 혈당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티르산의 효능이 뇌 속 '안테나'인 일차 섬모를 통해 작동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전기생리학 분석에서도 부티르산은 식욕을 돋우는 AgRP 뉴런의 활성을 억제했다. 하지만 일차 섬모가 없는 쥐는 이러한 신경 활성 변화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만든 물질이 뇌 신경세포의 구조적 변화를 직접 유도해 전신 대사를 조절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순한 소화기관 내 작용을 넘어 '장-뇌 축'을 통한 정교한 조절 시스템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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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김기우 교수팀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김기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 유래 물질이 뇌 신경세포의 안테나인 일차 섬모를 통해 전신 대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시상하부 일차 섬모가 비만과 당뇨 등 대사 질환 치료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장과 뇌를 잇는 연결 고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사 질환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소라 기자

sora@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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