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아픈 환자에게서 통증의 원인을 찾고 진단해 치료하는 것은 진료의 기본이다. 진단은 치료의 시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통증을 유발하는 우리 몸은 수많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병명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통증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을 비롯한 병력(病歷)의 청취(聽取),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시진(視診), 소리를 듣는 청진(聽診), 손으로 만지는 촉진(觸診), 신경 반응 검사 등의 진찰 과정(診察過程)과 함께 피검사, 방사선 검사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진단은 특정 부위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진찰과 검사를 통해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과정, 즉 감별을 통해 이루어진다. 의사는 검사와 진찰의 각각의 결과를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진단명과 대조해 순서에 따라 감별하고, 최종 진단에 이르게 된다.
김승수 신세계로병원 병원장(대한마취통증의학과, 대한통증학회 정회원)
진단 과정에서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진단을 할 때 의사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어야 한다. 진단은 의사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지만, 어느 의사가 진단을 내려도 유사하거나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만큼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둘째, 진찰과 검사에서 여러 가지 진단명이 쉽게 감별되지 않는다면 질환의 상태와 중증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선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부터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일수록 치료가 비교적 단순한 경우가 많으며 치료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정밀검사를 통해 추가로 감별할 수 있다.
셋째, 진단을 할 때 의사는 진찰보다 검사 결과를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 의사의 진찰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대략적인 진단을 예상하고 방사선 검사 등의 검사로 확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진찰만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검사가 확진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찰 없이 검사 결과만으로 확진하는 것은 오히려 오진(誤診)과 과잉진료를 초래할 수 있다. 검사를 우선으로 하는 진단은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척추 추간판 수핵 탈출증)의 경우, 환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는다. 최근 다친 적은 없지만, 오른쪽 허리 통증으로 지난 수년간 1년에 한두 번씩 고생한 병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의사는 환자의 허리와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었는지를 관찰하고, 눕힌 상태에서 신경학적 검사와 함께 통증 부위를 촉진한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고 허리나 엉덩이의 통증 부위에 압통이 있으며 넘어지거나 다친 적도 없다면 가장 흔한 원인은 근육통이나 염좌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등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으며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그러나 환자에 대한 진찰을 충분히 하지 않고 시간적 제약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방사선 검사와 피검사 등을 먼저 시행한다면, 환자는 디스크로 진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허리 디스크의 전형적인 진찰 소견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도 방사선 검사에서 디스크 소견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사가 진찰과 검사 결과가 서로 일치하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디스크로 진단돼 고비용의 치료를 받거나 심지어 수술까지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단순 염좌나 근육통이 간과되면 고가의 치료를 받은 후에도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환자는 고통과 함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올바른 진찰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