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밤마다 다리에 불쾌한 감각이 나타나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 중 상당수가 하지정맥류를 하지불안증후군이나 단순 혈액순환 장애, 허리 질환 등으로 오인해 진단과 치료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려고 누우면 다리 안쪽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근질거림과 쑤시는 통증이 느껴져 다리를 계속 뒤척여야 하지만, 정작 신경과적 치료로는 뚜렷한 호전을 보지 못하다가 뒤늦게 혈관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이상이나 철분 부족 등으로 인해 다리에 불편한 감각이 발생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드는 신경계 질환이다. 가만히 휴식을 취할 때 증상이 심해지고 다리를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하지정맥류 역시 심각한 야간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내부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손상되어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고 다리에 정체되면서 발생한다. 낮 동안 정맥 내에 고인 혈액은 밤에 누웠을 때 주변 신경과 근육을 자극하고 압박해 저림, 화끈거림, 당김,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이상 감각을 만들어낸다. 특히 수면 중 갑작스럽게 종아리가 굳거나 쥐가 나는 야간 근육 경련이 잦다면 혈관 질환 가능성도 함께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임재웅 88흉부외과의원 원장
많은 이들이 하지정맥류를 피부 겉으로 구불구불한 핏줄이 돌출되는 질환으로만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혈관 돌출이 전혀 없는 잠복성 하지정맥류가 적지 않다. 피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복재정맥이나 관통정맥의 판막이 손상된 경우에는 육안으로 혈관 이상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이 없어 단순 피로나 신경 문제로 치부하기 쉬우며, 환자 스스로 혈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해 엉뚱한 진료과를 전전하는 원인이 된다.
두 질환은 증상 발현 양상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이 주를 이루고 다리를 움직이는 즉시 불쾌감이 줄어드는 반면,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무거움과 팽만감, 쥐내림이 두드러지며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휴식을 취할 때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확한 원인 감별을 위해서는 혈관 도플러 초음파 검사가 필수적이다. 초음파를 통해 판막의 손상 위치와 혈액 역류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역류 시간이 0.5초 이상 지속되는 만성 정맥부전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정맥류는 자연 치유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다만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정맥순환개선제 복용 등 보존적 요법으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나, 이미 판막 손상과 역류가 심하다면 문제가 되는 혈관을 폐쇄하거나 제거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절개 없이 고주파나 레이저의 열 에너지를 이용해 혈관을 폐쇄하는 열 치료술, 의료용 생체접착제를 주입해 혈관을 굳히는 베나실, 경화제와 미세 기구를 함께 사용하는 클라리베인 등 비열 치료법이 널리 적용된다. 이러한 최소침습적 방식은 수면마취나 국소마취 하에 짧은 시간 내에 진행되며, 신경 손상이나 통증에 대한 부담이 적어 시술 후 당일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치료를 미루고 방치할 경우 만성적인 다리 부종과 통증은 물론, 피부 착색, 피부염, 심한 경우 혈전성 정맥염이나 피부 궤양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간 다리 불편감과 수면 장애가 약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맥 역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