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내집 짓기 ①] 운전석에서 배운 땅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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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없는 내집 짓기 ①] 운전석에서 배운 땅 보는 눈

전원주택 부지 선택, 서류부터 살피고 현장에서 답을 찾다

고수혁 (집 짓는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10-21 18:46

[Hinews 하이뉴스]
편집자 주 :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서 우리 가족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이 있습니다. 집짓기는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에 망설이면서도,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도 있습니다. ‘실패 없는 내집 짓기’는 <아파트 로그아웃>의 저자 고수혁이 양평숲속마을을 조성하며 집을 짓고, 자신의 가족이 살아갈 보금자리를 고민해온 경험을 전합니다. 땅 고르기부터 계약, 설계와 시공, 예산까지 차근차근 짚으며 꿈꾸던 집과 일상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옮기는 데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아이에게 “뛰지 마”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집. 문을 열면 작은 마당이 있고, 가족의 생활에 맞춰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집. 아파트에 살면서 한 번쯤 그려봤을 풍경입니다. 층간소음을 걱정하거나 정해진 평면에 살림을 맞추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것과 실제로 집을 짓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출퇴근과 아이의 학교는 어떻게 할지, 마당과 집을 직접 관리할 수 있을지, 나중에 집이 팔리지 않으면 어쩔지 걱정이 앞섭니다. 어디에 땅을 사고 얼마를 들여 지어야 하는지까지 생각하면, 마당 있는 집은 다시 막연한 꿈으로 남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우리 가족만의 일상을 꿈꾼다면, 집을 지을 땅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집 짓는 칼럼니스트 고수혁은 서류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평일과 주말, 낮과 밤에 현장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모습을 살펴야 우리 가족이 실제로 살아갈 곳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양평숲속마을)
마당 있는 집에서 우리 가족만의 일상을 꿈꾼다면, 집을 지을 땅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집 짓는 칼럼니스트 고수혁은 서류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평일과 주말, 낮과 밤에 현장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모습을 살펴야 우리 가족이 실제로 살아갈 곳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양평숲속마을)

■ 27층 화재가 바꾼 집의 의미

20여 년 동안 주거시설을 개발해온 필자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원룸 등 사람들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면서도, 정작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은 오랫동안 아파트였습니다. 맞벌이 부부에게 익숙한 생활의 편리함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계기는 살던 아파트 27층에서 겪은 화재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구조를 기다리던 시간, 집값이나 브랜드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의 안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가격과 편의만으로 집을 바라보던 데서 벗어나, 가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당 있는 집을 꿈꾸는 마음이 실제 생활의 만족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현장에서 겪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땅을 고르는 일부터 계약, 설계와 시공, 건축비까지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집짓기를 앞둔 분들이 자신의 조건에 맞는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집 지을 땅을 알아볼 때는 차로 현장을 오가며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 짓는 칼럼니스트 고수혁은 손님을 태우고 부동산 현장을 다니며 선배들의 설명을 듣고, 서류 속 정보와 실제 모습을 함께 확인하는 눈을 키웠다. 전원주택 부지를 선택할 때도 서류 확인과 현장 답사를 병행해야 우리 가족이 살아갈 땅을 고르는 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미지=AI생성)
집 지을 땅을 알아볼 때는 차로 현장을 오가며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 짓는 칼럼니스트 고수혁은 손님을 태우고 부동산 현장을 다니며 선배들의 설명을 듣고, 서류 속 정보와 실제 모습을 함께 확인하는 눈을 키웠다. 전원주택 부지를 선택할 때도 서류 확인과 현장 답사를 병행해야 우리 가족이 살아갈 땅을 고르는 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미지=AI생성)

■ 땅 보는 눈을 키운 첫 교실, 운전석

첫 번째 이야기는 땅을 보는 눈입니다. 집을 지으려면 먼저 땅을 골라야 합니다. 서류에 적힌 내용을 읽고, 현장에서 실제 상황과 맞춰보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필자가 그 원칙을 배우기 시작한 곳은 뜻밖에도 운전석이었습니다.

2005년, 부동산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맡은 일은 손님을 태우고 현장을 오가는 답사 운행이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선배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운전석은 값진 교실이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실장님과 이사님이 땅을 설명하는 방식, 손님과 신뢰를 쌓아가는 말투, 협상 중 말을 아끼는 순간까지 가까이에서 배웠습니다. 현장을 오가는 동안 부동산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금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접 손님을 안내할 기회가 왔습니다.

“이번 손님은 네가 한번 안내해 봐.”

긴장됐습니다. 화려한 말솜씨도 없었습니다. 대신 고객 앞에서 허풍을 떨지 않았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았습니다. 아는 내용을 성실하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첫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그때의 성취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얼마 뒤에는 기획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땅을 사서 그 위에 어떤 공간을 만들지 구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손님을 현장까지 모셔다드리던 때와는 다른 시야가 열렸습니다. 황량한 땅에 새로운 공간을 계획하는 일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일을 배울수록 만들고 싶은 공간과 회사가 이익을 계산하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도 커졌습니다. 언젠가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향하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모아둔 돈을 들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 두 번 유찰된 건물, 서류 너머의 사정

그다음 배움의 장소는 법원 경매장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경매장을 다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인근의 다세대 건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두 번이나 유찰된 물건이었습니다. 서류에 기재된 ‘대항력 있는 세대원’ 문제가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였습니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류에 적힌 내용이 실제로 어떤 상황을 뜻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발로 뛰며 조사한 결과, 해당 세대원은 전 건물주 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낙찰을 받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모아둔 돈에 대출까지 보태야 했습니다. 이후 건물주 부부와의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했고, 대학 인테리어학과 교수님께 설계를 부탁했습니다. 건물은 병원 의료진을 위한 원룸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공사를 마친 뒤 두 달 만에 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경험에서 오래 남은 것은 판단의 과정이었습니다. 서류에서 발견한 문제를 직접 조사하고,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선택을 했습니다. 서류를 읽는 것과 실제 상황을 아는 것 사이에는 발로 뛰어 채워야 할 간격이 있었습니다.

■ 서류를 읽었다면, 이제 땅을 만날 차례

다세대 건물을 살 때와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고를 때 살펴야 할 내용은 다릅니다. 그래도 그때 배운 원칙은 이후 땅을 보는 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서류를 꼼꼼히 읽고, 현장에 가서 실제 모습과 맞춰보는 것입니다.

서류만 보고 지나친 곳에 기회가 있기도 했고, 서류상으로는 좋아 보였던 땅에서 함정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땅이 생기면 직접 가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평일과 주말에, 낮과 밤에 시간을 달리해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마당 있는 집을 상상할 때는 완성된 집의 모습부터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갈 가족의 생활은 땅을 고르는 순간부터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났다면 서류를 살피고, 서류를 읽었다면 다시 현장으로 가보십시오. 우리 가족의 집을 짓는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고수혁 (집 짓는 칼럼니스트, '아파트 로그아웃' 저자)
고수혁 (집 짓는 칼럼니스트, '아파트 로그아웃' 저자)

고수혁

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하고 외국계 기업과 제조업체를 거쳐 30대 초반부터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했다. 서울에서 원룸 등 주거시설을 개발하면서도 가족과는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파트 27층에서 겪은 화재를 계기로 ‘집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했고, 가격과 편의를 넘어 가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마당 있는 집을 찾았다.

이후 양평으로 삶의 무대를 옮겨 양평숲속마을 1차 앙덕2리마을, 2차 옥천리마을, 3차 도곡단지를 개발하며 수십 가구가 자신만의 집과 마당에서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왔다. 첫 저서 <아파트 로그아웃>은 집을 개발하는 디벨로퍼에서 가족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나아가며, 20여 년간 집을 바라보며 얻은 질문과 답을 담은 기록이다.


고수혁 (집 짓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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