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반도체 업계, 로봇과 AI로 생산 공정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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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반도체 업계, 로봇과 AI로 생산 공정 재편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20 21:09

[Hinews 하이뉴스]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의 생산 방식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자재 입고부터 생산·품질 검사·출하까지 제조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자율공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운영과 품질 관리까지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의 생산 방식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의 생산 방식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제공

기업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과 제조 AI를 결합해 자동차 생산라인의 작업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공장 운영 전반의 의사결정과 설비 관리를 지능화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두 기업 모두 자동화 설비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생산 공정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했다. 그룹은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고, 생산 공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의 작업 능력을 개선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부품 분류와 순서 배치 등 작업을 중심으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후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공정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 2030년에는 부품 조립 작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로봇 도입은 자동차 생산라인의 작업 방식과 연결된다. 부품을 지정된 위치로 옮기거나 정해진 순서에 맞춰 배치하는 작업은 생산라인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러한 공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생산라인의 유연성을 높이고 작업자의 반복 작업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작업 속도와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는지는 공정별 검증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뿐 아니라 제조 AI와 검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경기 의왕 연구개발센터에서 공개한 제조 기술에는 AI 기반 공장 운영 시스템과 차량 외관의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검사 기술 등이 포함됐다.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제조 AI 플랫폼 ‘폴라리스’는 작업자가 생산 정보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활용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관 검사에 AI를 적용해 불량 판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 업체에 대한 의존도와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기아의 경기 화성 EVO WEST 공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산업용 로봇의 이동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자동 생성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며,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2027년 6월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산 공정뿐 아니라 자재 이동과 설비 관리, 품질 검사 등 공장 운영 전반을 AI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일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자재 입고부터 생산과 출하까지 전 과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고, 품질·생산·물류 분야별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방침이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설비와 공정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운영 상황을 분석하고 변경 사항을 사전에 검증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실제 생산라인에 변화를 적용하기 전에 공정 운영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생산과 설비 관리, 수리, 물류 과정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과 설비를 관리하는 로봇, 자재를 운반하는 물류 로봇,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고온·고소음 등 작업 환경이 열악한 시설에는 환경안전 로봇을 적용해 위험 요인을 감지하고 사고 예방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생산은 미세한 공정 조건과 설비 상태가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데이터 기반 관리의 중요성이 크다. AI를 활용해 설비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품질 변화를 분석하면 생산 중단과 불량 발생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반도체 제조는 공정별 조건이 복잡한 만큼 AI의 판단을 실제 생산에 적용하려면 정확도와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두 기업의 전략은 로봇과 AI를 별개의 기술로 도입하기보다 생산 데이터와 설비, 작업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고 AI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운영을 개선하는 구조가 구축되면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술 도입 자체가 곧바로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 투자와 유지·관리 비용, 기존 설비와의 연동, 현장 인력의 교육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작업 환경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기존 자동화 설비와 비교한 경제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 시스템 역시 데이터 품질과 오류 대응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이 자동차 생산 경쟁력과 별도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관전 지점이다. 삼성전자의 AI 자율공장 전략 역시 계획된 기술을 실제 공정에 적용해 품질과 생산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제시한 도입 목표와 실제 운영 성과를 구분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 주가와 로봇 사업을 분석하면서 “성장하는 핵심 자동차 사업의 부진”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 일정에 대한 우려가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봇 사업의 기대감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의 AI 전환도 결국 기술 도입 규모가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확인되는 효율 개선과 투자 회수 능력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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