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들어가는 휴머노이드 20대…반도체·자동차·조선 현장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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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들어가는 휴머노이드 20대…반도체·자동차·조선 현장 바뀐다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20 21:06

[Hinews 하이뉴스] 국내 반도체·자동차·조선·물류 현장에 이동형 휴머노이드 로봇 20대가 투입된다. 공장 내 정해진 위치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기존 자동화 설비와 달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이동하며 부품을 집고 운반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이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생산 공정에서 활용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6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로브로스 등 5개사가 신청한 ‘반도체·자동차·조선·물류 산업현장 휴머노이드 투입’ 사업에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은 네패스의 반도체 공정, 성우하이텍의 자동차 공정, HD현대삼호의 조선 공정과 딜리버리랩의 물류 현장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산업용 상호작용 휴머노이드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산업용 상호작용 휴머노이드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이번 실증에서 로봇이 맡게 될 작업은 산업별로 다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패키징 후공정에 사용되는 원형 CRS 부품의 오염물을 제거하고, 자동차 공장에서는 차체 부품을 정해진 위치에 안착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 조선소에서는 선체 고소작업 발판을 고정하는 데 쓰이는 족장피스를 적재하며, 물류 현장에서는 냉장 물류포장체를 운반·적재한다.

단순히 로봇이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별로 다른 작업 환경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실증의 핵심이다. 부품의 형태와 무게가 다르고 작업 공간과 온도 조건도 다른 만큼, 로봇이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정해진 위치까지 이동해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현장 투입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기존 안전 규정과 신기술 사이의 간극이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산업용 로봇의 운용 과정에서 안전펜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정된 위치에서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자 주변을 이동하는 휴머노이드는 기존 기준만으로 운용 조건을 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의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 이행을 전제로 이번 실증을 허용했다. 로봇의 이동 범위와 작업 방식이 확대되는 만큼 사람과의 충돌 가능성, 오작동 발생 시 대응, 작업 중단 절차 등을 실제 환경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증특례 승인이 곧 모든 제조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산업부가 제조업 AI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4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2026년 AI 팩토리 선도사업 신규 과제 32개를 공고했다. 국비 지원 규모는 527억5000만원이다. 제조 공정에 특화된 AI 기술을 개발하고 로봇과 관련 인프라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 감소, 생산 소요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번 휴머노이드 실증과 AI 팩토리 사업은 제조업의 AI 전환이 단일 설비 도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봇이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려면 공정별 데이터와 작업 지침, 설비 연동 체계가 필요하다. 작업 대상이 바뀌거나 생산라인의 배치가 달라졌을 때 대응할 수 있는지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도입 이후의 비용과 생산성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로봇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제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작업 속도와 정확도, 가동률, 유지·관리 비용, 기존 설비와의 연동에 필요한 비용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공정마다 작업 조건이 다른 제조업에서는 특정 환경에서 확인된 성능이 다른 생산라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중소 제조기업의 도입 여건도 과제로 남는다. 대규모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설비 투자와 데이터 구축, 전문인력 확보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정부 지원이 기술 개발이나 장비 도입에 집중될 경우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할 역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 사후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적용이 확대되면 노동자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복적인 운반과 적재,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로봇이 맡으면 작업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고용이나 직무에 미치는 영향은 공정별 도입 수준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장 작업자가 로봇을 운용하고 오류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기술 도입과 직무 교육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실증의 성과는 로봇 투입 대수보다 실제 공정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로 평가해야 한다. 작업 성공률과 소요시간, 오작동 빈도, 안전사고 위험, 기존 작업 방식과 비교한 비용 등이 확인돼야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정부가 허용한 실증특례가 제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현장에서 검증된 결과를 축적하고, 이를 다른 생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공장 투입은 국내 제조업 AI 전환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이 실제 생산성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 작업자와 함께 운용할 수 있는 안전 체계가 마련되는지에 따라 향후 도입 범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의 AI 전환이 실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기술 도입 자체보다 현장 적용성과 경제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로봇이 기존 작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 설비 투자와 유지·관리 비용을 감안해도 생산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도입 여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실증 결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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