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5600억 어디로 갔나…원아시아 투자에 쏠리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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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5600억 어디로 갔나…원아시아 투자에 쏠리는 의문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22 16:40

[Hinews 하이뉴스] 고려아연이 약 5600억원을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의 투자 손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펀드 자금 690억원이 투입된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3곳에서 재무 악화가 이어지면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약 650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일부 기업에 먼저 개인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가 수백억원을 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펀드 출자자로 참여했을 뿐 개별 투자 대상과 시기, 집행 규모는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영풍·MBK는 최 회장과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의 관계, 개인 투자와 펀드 투자 사이의 시간 차이, 투자 이후 기업가치 변화 등을 근거로 투자 결정의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투자 손실 자체에만 있지 않다. 수천억원의 회사 자금을 출자한 펀드가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했고,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 경영진 측의 개인 투자와 펀드 자금의 투입 순서가 맞물렸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이 약 5600억원을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의 투자 손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펀드 자금 690억원이 투입된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3곳에서 재무 악화가 이어지면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약 650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일부 기업에 먼저 개인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가 수백억원을 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진은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약 5600억원을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의 투자 손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펀드 자금 690억원이 투입된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3곳에서 재무 악화가 이어지면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약 650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일부 기업에 먼저 개인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가 수백억원을 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진은 고려아연 제공

엔터·콘텐츠에 690억…투자 기업은 자본잠식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과 경기초·청운중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조성한 8개 펀드에 약 5600억원을 출자했다. 이 가운데 6개 펀드는 고려아연이 사실상 단독 출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원아시아 펀드는 가요 기획사 하이헷에 320억원,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에 290억원, 슬링샷스튜디오에 80억원을 투자했다. 세 기업에 들어간 돈만 690억원이다. 비철금속 제련이 주력인 고려아연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투자처들이다.

투자 결과는 좋지 않다. 하이헷은 2021년 설립 이후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고, 2025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원아시아 펀드가 보유한 하이헷 전환사채의 만기 지급 의무액은 원금 320억원에 상환할증금을 더해 약 470억원에 달한다.

영풍·MBK는 하이헷의 상환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아시아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회사의 지급불능 위험을 고려해 조기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회수 시점마저 늦춰진 셈이다.

슬링샷스튜디오도 사정은 비슷하다. 80억원을 투자받은 이 회사는 2025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2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92억원, 당기순손실은 175억9000만원이었다. 회사 전체 전환사채의 만기 상환 의무액은 약 655억원에 이른다. 원아시아 펀드가 보유한 채권보다 먼저 갚아야 하는 다른 전환사채가 있어 회수 순위에서도 불리하다는 게 영풍·MBK 측 설명이다.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는 외형부터 쪼그라들었다. 2022년 1418억원이던 매출이 2025년 289억원으로 감소했다. 약 80% 줄어든 것이다. 2024년부터 영업적자가 이어졌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아크미디어 투자 지분의 장부가치를 대폭 낮췄다. 영풍·MBK는 카카오엔터가 2025년 말 해당 지분의 가치를 45억원으로 평가해 약 91%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아크미디어에 투입된 290억원 중 보통주로 전환된 250억원은 기업가치가 회복되지 않는 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 하이헷과 슬링샷스튜디오까지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서 원아시아 펀드의 엔터·콘텐츠 투자금 대부분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게 영풍·MBK의 주장이다.

영풍·MBK가 추산한 회수 위험액은 약 650억원이다. 실제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투자 기업들의 자본잠식과 실적 악화를 감안하면 원금 회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윤범 개인투자 뒤 250억 투입…59일간 무슨 일이 있었나

최 회장 측의 선행 투자 의혹은 아크미디어 투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영풍·MBK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0년 5월 12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코리아그로쓰 제1호 펀드에 236억5900만원을 출자했다. 당시 펀드가 아크미디어 투자 목적으로 요청한 금액은 250억원이었다. 고려아연 출자금이 전체 투자 요청액의 94.64%를 차지했다.

최 회장은 출자금이 펀드에 들어온 지 17일 뒤인 5월 29일 개인 명의로 아크미디어의 제1회 전환사채 17억원어치를 인수했다. 6월 5일에는 최 회장의 지인 등 7명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5000원에 신주를 배정받았다. 같은 날 지창배 대표는 아크미디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코리아그로쓰 제1호 펀드가 아크미디어의 제2회 전환사채 250억원어치를 인수한 날은 7월 10일이다. 고려아연의 펀드 출자부터 실제 투자 집행까지 약 59일이 걸렸다. 그사이 최 회장과 지인들의 개인 투자가 먼저 이뤄졌다.

영풍·MBK는 이 같은 순서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자금이 들어올 것을 알고 개인적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면, 후속 투자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때 개인 투자자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펀드 출자자인 고려아연은 투자 위험을 떠안게 된다는 주장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7명 가운데 한 명이 이듬해 고려아연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개인 투자자와 회사의 투자 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인사의 관계가 얽혀 있었다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이헷과 슬링샷스튜디오에서도 비슷한 투자 순서가 있었다는 게 영풍·MBK 측 주장이다. 최 회장 측 일가는 하이헷 설립 당시 주식을 취득했고, 2023년 기준 지분 33.34%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원아시아 펀드가 하이헷에 320억원을 투자했다.

슬링샷스튜디오의 경우 최 회장과 사촌들이 244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먼저 인수한 뒤 원아시아 펀드가 80억원을 투자했다고 영풍·MBK는 밝혔다. 아크미디어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 기업에서도 개인 투자에 이어 고려아연 출자 펀드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영풍·MBK는 이를 근거로 최 회장 일가의 선행 투자와 원아시아의 후속 투자가 우연히 겹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은 거래 시점과 일부 정황을 자의적으로 이어 붙인 주장이라며 반박한다. 선행 투자 시점만으로 최 회장이 펀드의 투자 계획을 미리 알았거나 사적 이익을 얻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투자 결정에 관여한 사람과 심사 과정, 내부 승인 기록은 의혹의 실체를 확인할 핵심 자료다.

아크미디어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이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원아시아는 2022년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영상 제작 관련 기업 그레이고 지분 42.53%를 약 1000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거래는 구주 매입과 신주 투자 등을 포함한 구조로 진행됐다. 이미지는 아크미디어 제공
아크미디어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이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원아시아는 2022년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영상 제작 관련 기업 그레이고 지분 42.53%를 약 1000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거래는 구주 매입과 신주 투자 등을 포함한 구조로 진행됐다. 이미지는 아크미디어 제공

아크미디어 1조원 기업가치…거래가격이 만든 착시였나

아크미디어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이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원아시아는 2022년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영상 제작 관련 기업 그레이고 지분 42.53%를 약 1000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거래는 구주 매입과 신주 투자 등을 포함한 구조로 진행됐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크미디어에 500억원을 투자하면서 주당 약 3838만원의 가격을 적용했다. 발행주식 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아크미디어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 거래는 아크미디어에 투자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판단할 때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높은 주당 가격이 적용되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전환사채 역시 전환 조건과 당시 거래가격에 따라 잠재적인 지분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계약에서 산정한 기업가치가 실제 매각 때에도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아크미디어는 이후 매출이 급감했고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투자 지분에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했다는 사실은 당시 평가가치와 현재 회수할 수 있는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영풍·MBK는 원아시아 자금이 투입되면서 아크미디어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고, 그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을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의 투자 판단 자체가 독립적인 운용사의 업무라는 입장이다.

2021년 아크미디어 주주명부를 둘러싼 보도도 나왔다. 디스패치가 입수했다고 밝힌 주주명부에는 지창배 대표 외에 김동관 한화 부회장,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 윤관 측 인사 등이 주주로 기재돼 있었으며, 최 회장 측 일가 3명도 7.26%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인물 가운데 일부는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우호 지분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

이들의 아크미디어 투자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와 직접 연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고려아연과 가까운 인사들이 참여한 기업에 고려아연 출자 펀드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는 의혹은 투자 심사와 이해상충 방지 절차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 지분은 매각하고 펀드에는 수천억원 출자

고려아연의 자금 운용을 둘러싼 의문은 한화 지분 매각과 비교할 때 더 뚜렷해진다.

고려아연은 2022년 11월 자사주 1.2%를 ㈜한화의 자사주 7.25%와 맞교환했다. 당시 거래가치는 약 1568억원이었다. 양사는 수소 밸류체인과 탄소포집, 자원개발 등에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2024년 11월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했다. 매각 주식은 543만6380주, 거래가격은 주당 2만7950원으로 총 1519억4682만원이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부담을 덜기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2026년 10월 19일 ㈜한화 종가 10만7300원을 당시 매각한 주식 수에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5833억원이다. 실제 매각대금과 비교하면 4314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당시 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를 반영한 단순 계산이지만, 전략적 제휴를 위해 확보한 지분을 2년 만에 처분한 결과는 주주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반면 고려아연은 그 이전부터 원아시아 펀드에 약 5600억원을 출자했다. 한화 지분 매각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아시아 출자와 한화 지분 처분은 시점과 목적이 다른 거래지만, 회사 자금의 운용 우선순위와 투자 위험을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한화 지분은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하면서 원아시아 펀드에서는 수백억원의 투자금이 회수 불투명 상태에 놓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아시아 투자 당시 경영진이 투자 위험을 어느 정도로 평가했는지, 투자 후 손실 위험이 커졌을 때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도 달라질 수 있다.

원아시아 대표 유죄 판결…고려아연 내부 자료도 쟁점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운용 과정은 이미 형사재판에서도 문제가 됐다. 지창배 대표는 2025년 10월 펀드 자금 유용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지 대표의 형사책임에 관한 것으로, 최 회장의 개인 투자나 고려아연의 펀드 출자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6년 5월 원아시아 관련 주주대표소송에서 고려아연에 코리아그로쓰 제1호와 아비트리지 제1호 펀드 관련 내부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영풍·MBK는 출자 과정과 실제 자금 집행, 운용사와 출자자 사이의 관계를 확인할 자료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의 출자자(LP)로 참여했으며, 구체적인 투자처 선정과 투자 시점, 자금 집행은 업무집행사원(GP)인 운용사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심의와 실사를 거쳐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특정 개인을 위해 회사 자금을 의도적으로 투입했다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자의적인 추정으로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에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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