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는 늘어나는데 전력망은 제자리…공장 세워도 전기 없으면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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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는 늘어나는데 전력망은 제자리…공장 세워도 전기 없으면 무용지물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1-07 11:24

[Hinews 하이뉴스]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잇따르면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과 변전 설비 확충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 계획을 세우고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시설 가동은 물론 투자 회수 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력망이 첨단산업의 입지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경제자문회의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지난달 28일 공동 개최한 전력망 관련 세미나에서는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 공급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세미나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대형 프로젝트에는 30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하다. 이들 사업을 제외하더라도 2038년까지 약 7500㎞의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SDS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할 6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경북 구미에 짓는다.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이 2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옛 삼성전자 1캠퍼스 부지에서 열렸다. 사진은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사진은 구미시 제공
삼성SDS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할 6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경북 구미에 짓는다.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이 2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옛 삼성전자 1캠퍼스 부지에서 열렸다. 사진은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사진은 구미시 제공


송전망 건설은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345㎸ 송전선로의 표준 건설 기간은 9년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13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노선 변경 등이 사업 일정을 늦추는 주요 원인이다. 2030년까지 준공 예정인 345㎸ 송전망 사업 75개 가운데 올해 7월 기준 53개는 착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제시됐다. 계획상 전력 수요가 늘어도 전기를 실어 나를 통로가 마련되지 않으면 산업단지의 생산능력 확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력망 부족은 기업의 투자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가동하는 데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서비스 운영과 데이터 처리에 문제가 생긴다. 반도체 공장 역시 생산라인의 특성상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단순히 전력량이 충분한지를 넘어 전압과 주파수 변동을 관리할 수 있는 계통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경우 전력 공급 계약과 실제 전력 사용 가능 시점이 사업성을 좌우한다. 부지와 건축 인허가를 확보했더라도 전력망 연결이 늦어지면 고객사 유치와 금융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사업자가 예상한 시점에 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면 임대료와 금융비용은 계속 발생하지만 매출은 늦게 발생한다. 전력망 확충이 단순한 공공 인프라 사업을 넘어 민간 투자 프로젝트의 위험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 셈이다.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전의 누적 적자와 부채가 상당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를 위한 송전·변전 설비 투자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이 2026~2030년 전력망 구축에 투입할 계획인 금액은 55조3000억원 규모로 거론된다. 전력 판매 수익이 충분하지 않으면 차입과 회사채 발행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융비용 증가는 다시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전기요금 문제는 전력망 확충과 분리하기 어렵다. 요금을 낮게 유지하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전력 생산과 송배전 설비에 필요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요금을 한꺼번에 올리면 물가와 제조업 원가에 부담을 준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여부를 두고 신중론이 나오는 것도 국내 제조업의 전력비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전력망 건설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논쟁거리다.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송전망 건설 비용을 전체 전력 소비자에게 나눠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업성이 불확실한 데이터센터 신청이 전력 용량을 선점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실제 사업 추진 능력을 확인하고, 전력 용량 예약에 일정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는 전력망 세미나에서 “송전망 확충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면서 “전력 수요를 신청한 기업이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행보증금과 용량 예약 부담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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