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공장 세워도 사람은 수도권으로…일자리 격차가 키운 인구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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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공장 세워도 사람은 수도권으로…일자리 격차가 키운 인구 쏠림

김유진 기자

기사입력 : 2026-11-07 11:46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산업단지와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교통망을 확충했지만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방에 주거시설과 도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붙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기회가 수도권보다 적다면 청년층과 생산가능인구의 이동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발표한 연구는 수도권 집중의 핵심 원인으로 지역 간 생산성 격차를 지목했다. KDI는 전국 161개 시·군의 인구와 고용, 생산성 관련 자료를 분석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변화를 살폈다. 분석 결과 수도권 생산성은 이 기간 약 20% 상승했지만 비수도권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지역의 생산성 증가율 격차가 약 8%포인트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산업단지와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교통망을 확충했지만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방에 주거시설과 도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붙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기회가 수도권보다 적다면 청년층과 생산가능인구의 이동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산업단지와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교통망을 확충했지만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방에 주거시설과 도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붙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기회가 수도권보다 적다면 청년층과 생산가능인구의 이동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수도권 인구 비중도 높아졌다. KDI 분석에서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5년 47.4%에서 2019년 49.8%로 상승했다. 수도권 인구가 늘어난 배경에는 일자리와 소득 기회가 집중된 영향이 컸다. 기업과 산업이 성장하는 지역에는 인력이 모이고, 인력이 모이면 소비와 서비스업이 확대되면서 다시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주력 산업이 흔들린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줄고 청년층이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지역별 생산성 변화는 산업도시의 부진과 수도권 산업의 성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KDI는 2010년대 들어 거제와 구미, 울산 등 제조업 중심 도시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조선업 불황과 자동차·철강 산업 구조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성남과 화성 등 경기 지역에서는 반도체와 지식기반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생산성이 상승했다. 지역 간 인구 이동이 단순히 수도권 선호나 주거 환경의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역에 도로와 철도, 주거시설을 공급하는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DI 분석에서는 비수도권의 생활 여건과 인구 수용 여건이 개선되면서 수도권 집중 속도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산성만 2019년 수준으로 높아지고 나머지 조건이 2005년과 같았다고 가정하면 수도권 인구 비중이 62.1%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비중이 49.8%에 머문 데는 비수도권의 생활 여건 개선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것과 지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을 키우는 일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공공기관을 이전해도 지역 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늘어나지 않으면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이 이전해 초기 인구가 늘더라도 주변에 민간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지역 경제가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KDI는 세종시 사례에서도 초기 인프라와 인구는 늘었지만 민간 부문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역 산업의 쇠퇴는 수도권 집중을 더 빠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 연구진은 2010년대 제조업 중심 도시들이 2010년 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했다면 해당 지역으로 약 200만명의 인구가 유입되고, 수도권 인구 비중은 실제보다 2.6%포인트 낮아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당시 생산가능인구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다.

지역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산업단지 면적이나 이전 기관 수, 도로와 철도 건설 실적만으로는 지역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새로 들어선 기업이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청년층이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는지, 지역 기업의 생산성과 임금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이나 보조금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이 남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모든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시설과 예산을 나눠 투입하는 방식도 재검토 대상이다. 인구와 산업 기반이 이미 약해진 지역에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짓더라도 이용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유지·관리 비용만 커질 수 있다. 반면 기존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에 투자를 집중하면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선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 연구 발표에서 “균형발전정책의 방향을 인프라 공급에서 생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옮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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