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막히고 성북에서 갈린다… 맞벌이 부부의 서울 집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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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막히고 성북에서 갈린다… 맞벌이 부부의 서울 집 선택지

[송소라의 생활경제] 서울 집사기 노하우, 소득과 대출 그리고 세금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2-09 09:39

[Hinews 하이뉴스] 서울에서 집을 산다는 문제는 더 이상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모아야 하는지를 따져보면 서울의 집값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9천만 원 수준인 평균 맞벌이 가구가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 소득의 30%를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1년에 모을 수 있는 돈은 약 2천7백만 원 정도.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7억~8억 원으로 놓고 보면, 대출 없이 집값 전액을 마련하려면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자녀 양육과 생활비를 감안하면 ‘쓰지 않고 모은다’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대출을 끼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만,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출로 4억~5억 원을 마련하더라도 최소 3억 원 안팎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같은 저축 속도라면 이 돈을 모으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린다. 문제는 그 사이 집값이 오르면 목표 금액도 함께 올라간다.

이 기사는 대한민국 평균 수준의 맞벌이 가구를 하나 설정하고, 그 가구가 서울의 각 구에서 집을 한 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벌어지는 차이를 따져본다. 다주택은 고려하지 않는다. 집 한채 구매를 가정했고 투기 목적도 아니다. 단지 거주 구만 바뀐다. 이 단순한 가정만으로도 서울 주거 구조의 단면이 드러난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이 기사는 대한민국 평균 수준의 맞벌이 가구를 하나 설정하고, 그 가구가 서울의 각 구에서 집을 한 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벌어지는 차이를 따져본다. 다주택은 고려하지 않는다. 집 한채 구매를 가정했고 투기 목적도 아니다. 단지 거주 구만 바뀐다. 이 단순한 가정만으로도 서울 주거 구조의 단면이 드러난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이 기사는 대한민국 평균 수준의 맞벌이 가구를 하나 설정하고, 그 가구가 서울의 각 구에서 집을 한 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벌어지는 차이를 따져본다. 다주택은 고려하지 않는다. 집 한채 구매를 가정했고 투기 목적도 아니다. 단지 거주 구만 바뀐다. 이 단순한 가정만으로도 서울 주거 구조의 단면이 드러난다. (문제는 이 평균이다. 이 가정은 분석을 위해 최대한 단순화한 것이다. 실제 현실은 이보다 훨씬 불리하다. 평균 맞벌이 가구라고 해서 모두 연소득 9천만 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저축률 30%를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자녀 양육비, 교육비, 돌발 지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소득의 상당 부분을 꾸준히 저축한다는 전제 자체가 쉽지 않다.)

가정한 가구는 부부 맞벌이에 자녀 둘, 부부 합산 연소득 약 9천만 원 수준이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한 맞벌이 가구 평균대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용도는 평균 이상, 기존 주택은 없는 무주택 가구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가구가 집을 사기 위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대출.

주택담보대출에는 두 가지 핵심 규제가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는 LTV, 즉 담보인정비율이다. 이는 집값 대비 얼마까지 대출을 허용할 것인가를 정한 비율로, 서울처럼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에서는 대체로 40~50% 수준에서 제한된다. 다른 하나는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이는 연소득 대비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일반적으로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두 규제 중 실제로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은 DSR이다. 집값이 아무리 낮아도 소득이 낮으면 대출이 늘어나지 않고, 집값이 높아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대출은 거기서 멈춘다. 연소득 9천만 원 가구에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 한도는 약 3,600만 원, 월로 환산하면 약 3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4%대 중후반으로 적용할 경우, 이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은 대략 5억 원 안팎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이 대출 한도는 서울 어디에서 집을 사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강남에서든, 도봉에서든 은행이 평가하는 이 가구의 상환 능력은 동일하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집값이다. 강남·서초·송파로 가면 평균 아파트 가격은 이미 15억 원을 넘어선다. 담보인정비율을 최대한 적용해도 대출은 DSR에서 먼저 막힌다. 이 가구에게 강남 3구는 ‘조금 무리하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금융 구조상 접근이 차단된 지역이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현금 자산뿐이다.

종로와 용산은 강남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평균 매매가는 10억 원 안팎이다. 대출 5억 원을 최대한 끌어와도 절반 이상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는 집을 살 수는 있지만 선택지는 제한된다. 구축 아파트, 소형 평형,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단지들이 주류를 이룬다. 주거의 질과 접근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만 매입이 성립한다.

성북·서대문·동대문에 이르면 대출이 비로소 현실적인 수단으로 작동한다. 집값은 7억~9억 원대에 형성돼 있고, 대출 한도를 거의 끝까지 활용하면 매입이 가능하다. 다만 면적은 제한된다. 20평대 초중반이 현실적인 선택지다. 이 구간은 많은 맞벌이 가구가 실제로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직장 접근성, 자녀 교육 환경, 생활 인프라를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도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이기 때문이다.

노원·도봉·강북·금천으로 가면 구조는 다시 달라진다. 평균 집값은 5억~6억 원대다. 대출 4억~5억 원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고, 자기자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가구는 30평 안팎의 아파트도 선택지에 올릴 수 있다. 이 지역들이 실수요자 중심 지역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단순히 집값이 낮아서가 아니라, 현재의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 대출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규제의 배경에는 정책적 판단이 있다. 서울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시작한 것은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가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기에 대출을 쉽게 풀어두면 투기 수요가 급증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특정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LTV와 DSR 같은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목적은 투기 억제와 금융 안정이지만, 그 결과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가 더해진다. 대출 5억 원을 30년 동안 상환할 경우, 금리 4%대 기준으로 총 이자 부담은 3억 원에 가까워진다. 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가도 총 이자는 수천만 원 단위로 늘어난다. 집을 살 수 있느냐보다, 장기간 버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이유다.

세금 역시 지역 간 차이를 분명히 만든다. 집을 사는 순간 부과되는 취득세는 세율보다 절대금액이 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취득세는 6억 원 이하 주택은 1%, 6억~9억 원은 1~3%, 9억 원 초과는 3%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취득세의 10%), 일부 고가 주택에는 농어촌특별세까지 함께 붙는다.

다음은 재산세다. 재산세는 매매가격이 아니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년 부과된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하고 여기에 재산세율 0.1~0.4%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이 12억 원을 초과하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을 넘기 전까지는 재산세만 내지만, 넘는 순간부터는 재산세 + 종부세 구조가 된다. 종부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준선을 넘는 고가 주택은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하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서울의 주택 시장은 ‘열심히 벌어서 집을 산다’는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다. 소득이 평균 수준인 맞벌이 가구라면 대출 한도는 이미 고정돼 있고, 집값이 높은 지역으로 갈수록 그 차이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된다”면서 이어 “문제는 집값만이 아닙니다. 대출 규제, 금리, 취득세와 보유세까지 모두 합쳐진 총비용을 보면, 서울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단기간의 선택이 아니라 수십 년간 감당해야 할 재무 구조를 떠안는 일이다. 지금의 제도 아래에서는 어디에 집을 사느냐가 미래의 내 삶을 위해서도 신중한 선택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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