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기업, 일자리는 그대로인데 구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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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기업, 일자리는 그대로인데 구조가 바뀌었다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20 21:23

[Hinews 하이뉴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얼마나 없앨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과 달리, 국내 사업체에서는 고용 인원 자체보다 일자리의 구성이 달라지는 움직임이 먼저 포착됐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에서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늘고 저숙련 직종의 비중은 줄었다. 전체 고용이 일률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종류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숙련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26년 6월 24일 발표한 패널브리프 제36호 ‘사업체의 AI 도입 현황 및 영향에 대한 탐색적 분석’은 사업체패널조사 자료를 토대로 국내 기업의 AI 도입 현황과 생산성·고용 변화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2023년 말 기준 국내 사업체의 AI 도입률은 5.0%였다. 2022년 1.5%에서 상승한 수치지만, 전체 사업체로 확산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도입 사업체와 미도입 사업체의 고용 구조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AI 도입 사업체에서 고숙련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0.3%에서 2023년 35.6%로 5.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저숙련 일자리 비중은 같은 기간 9.4%에서 5.0%로 4.4%포인트 하락했다. AI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에서는 숙련 수준별 일자리 비중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인력 감축만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AI 시스템을 관리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인력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분석은 AI 도입 초기의 사업체 자료를 바탕으로 한 탐색적 연구인 만큼, 관찰된 고용 구조의 변화가 AI만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얼마나 없앨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과 달리, 국내 사업체에서는 고용 인원 자체보다 일자리의 구성이 달라지는 움직임이 먼저 포착됐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에서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늘고 저숙련 직종의 비중은 줄었다. 전체 고용이 일률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종류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숙련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얼마나 없앨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과 달리, 국내 사업체에서는 고용 인원 자체보다 일자리의 구성이 달라지는 움직임이 먼저 포착됐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에서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늘고 저숙련 직종의 비중은 줄었다. 전체 고용이 일률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종류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숙련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도입 격차
AI 활용의 확산 속도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 상시근로자 30~99명 사업체의 AI 도입률은 3.5%였지만, 100~299명은 8.7%, 300~499명은 12.4%, 500명 이상은 16.9%로 높아졌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사업체는 20.0%, 공공부문은 22.1%였던 반면 중소기업의 도입률은 2.4%에 머물렀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확인됐다. 경상권의 AI 도입률은 7.6%, 수도권은 6.0%였지만 충청·강원권은 1.7%, 전라·제주권은 0.8%였다. 연구진은 대규모 제조업 사업체가 밀집한 지역과 기술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의 특성이 도입률 차이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격차는 기업의 기술 투자 여건과 인력 구성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AI 도입에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인프라가 필요하며, 시스템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유지·관리할 인력도 요구된다. 연구원의 별도 분석에서도 소프트웨어 비용과 연구개발 투자가 AI 도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근로자의 비중이 높고 무형자산과 기술 투자 기반을 갖춘 사업체일수록 도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AI 도입 사업체가 실제로 꼽은 어려움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연구원이 제시한 조사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AI 도입·활용에 필요한 기술 부족으로 49.8%를 차지했다. 과도한 비용을 부담으로 꼽은 비율도 48.7%였다. 기술을 도입할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이를 실제 생산 공정과 업무에 적용할 역량이나 재원이 부족하면 활용 범위를 넓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생산성 효과는 도입 직후부터 나타나지 않았다
AI 도입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근로자 1인당 실질 매출액과 명목 매출액 증가율을 통해 도입 사업체의 생산성 흐름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AI 도입 사업체의 1인당 실질 매출 증가율은 2022년 13.9%에서 2023년 7.0%로 낮아졌다. 명목 매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17.3%에서 16.5%로 둔화했다.

AI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에서도 실질 매출 증가율은 2022년 11.8%에서 2023년 7.9%로 낮아졌다. 반면 명목 매출 증가율은 15.2%에서 17.5%로 높아졌다. 연구원은 AI 도입 직후인 2023년의 생산성 증가율이 미도입 사업체보다 낮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 초기 시스템 조정 과정, 사업체별 특성, 거시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AI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 효과가 즉각 발생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도입 과정에서 업무 절차를 재설계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동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도입 여부뿐 아니라 활용 수준과 적용 기간, 실제 업무 변화까지 살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용 지표에서도 AI 도입에 따른 즉각적인 일자리 감소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AI 도입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증감률은 2019년 6.9%, 2021년 4.5%, 2023년 6.3%였다. 미도입 사업체는 각각 3.2%, 0.9%, 3.0%로 비슷한 방향의 흐름을 보였다.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AI 도입 직후 전체 고용 규모에서 뚜렷한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체 고용 인원이 유지됐다는 사실이 모든 직무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숙련 직종의 비중이 늘고 저숙련 직종의 비중이 감소한 결과는 사업체 내부에서 인력 수요가 재편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AI 활용이 확대되면 직종별 고용과 채용 수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무 전환과 교육이 뒤따라야AI 도입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는 노동자에게 새로운 숙련을 요구할 수 있다. 반복적인 작업이 자동화되면 작업자는 설비를 관리하거나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증하고, 공정의 오류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업무가 줄어드는 속도에 비해 재교육과 직무 전환 기회가 부족하다면 노동자가 새로운 역할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I 도입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무 전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AI 도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원하고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분석 대상과 시점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체패널조사는 상용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AI 기술을 포괄적으로 조사한 만큼 기술 유형별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했고, 도입 사업체와 미도입 사업체의 차이가 AI 도입만으로 발생했다고 확정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연구원 역시 AI 도입 초기 단계의 탐색적 분석이라는 점을 들어 충분한 자료가 축적된 뒤 장기적 효과와 인과관계를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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