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꼬리표 붙은 상장사 151곳…이마트·현대제철도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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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꼬리표 붙은 상장사 151곳…이마트·현대제철도 명단에 올랐다

김유진 기자

기사입력 : 2026-11-05 20:28

저평가된 주식은 투자자에게 기회일까, 아니면 기업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까.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 수 있는 종목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가진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이익을 내고도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가가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장사 151곳을 공개했다. 이마트와 현대제철,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해 주주환원과 경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부터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코스피 96곳, 코스닥 55곳으로 모두 151곳이다. 거래소가 저PBR 기업을 별도 명단으로 만들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장사 151곳을 공개했다. 이마트와 현대제철,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해 주주환원과 경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장사 151곳을 공개했다. 이마트와 현대제철,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해 주주환원과 경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명단에는 국내 소비재와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마트의 PBR은 0.15배, 현대제철은 0.19배, 롯데쇼핑은 0.17배, 롯데케미칼은 0.18배로 집계됐다. 한화생명도 0.27배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사업 규모와 자산 보유 수준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151개 기업의 평균 PBR은 약 0.25배다. 국내 상장사 평균인 약 1.8배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명단에 오른 기업 113곳은 PBR이 0.3배 이하였으며, 전체 명단의 중앙값은 0.23배로 나타났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주식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순자산이 1조원인 기업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라면 PBR은 0.5배가 된다. 기업이 장부상 보유한 순자산의 절반 수준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는 상장사 2431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의 PBR을 분석했다. 업종별 차이를 고려해 코스피는 업종 내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최근 7개 반기 가운데 6개 반기 동안 해당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 대상이다.

당초 선정 요건에 해당한 기업은 185곳이었다. 이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34곳은 첫 공표에 한해 1년간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6년 이상 장기간 저PBR 상태가 지속된 기업은 개선계획을 제출했더라도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제도는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정책의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국내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상장사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유도해왔다.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시장에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명단 공개라는 방식을 추가했다. 투자자들이 저PBR 기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거래소 홈페이지뿐 아니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도 관련 표시가 제공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평가 상태가 시장에 공개되는 만큼 주주와 투자자들의 개선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사례도 이번 정책의 참고 대상으로 거론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부터 PBR 1배 미만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자본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을 요구했다.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사업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저PBR 원인은 업종과 기업별로 차이가 있다. 철강과 화학처럼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기업은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금과 부동산 등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도 투자나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은 경영진의 자본 운용 방식이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명단 공개 이후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움직이기도 했다. 지난 2일 현대제철은 장중 10% 이상 상승했고 롯데쇼핑과 이마트도 강세를 보였다. 저PBR 기업으로 공개된 만큼 향후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 개선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명단에 포함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별 저평가 원인을 분석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과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명단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공개하며 다음 발표일은 2027년 5월 4일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계획 공시 이후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이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한 형식적인 계획을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김유진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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