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의 기원에 따라 ‘원발성’과 ‘전이성’으로 나뉘며, 원발성은 뇌나 척수 등 중추신경계 내부에서 발생해 다른 장기로는 퍼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반면 전이성은 폐, 간, 유방 등의 기타 장기에서 생긴 암세포가 뇌로 전이된 경우로, 전신 암의 일부로 다뤄진다.
◇뇌종양의 주요 증상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긴장성 두통과는 성격이 다르다.
진통제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악화되며, 새벽이나 아침 시간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존에 없던 두통이 갑자기 생기고, 점점 심해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뇌압이 상승하면 구토, 메스꺼움, 현기증이 동반되기도 하며, 위장 질환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많다. 또한 종양이 뇌신경을 압박하면 특정 부위의 저림, 마비, 언어장애, 시력저하, 시야축소, 기억력 저하 등이 나타나며, 간질 발작(뇌전증)으로 처음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의식이 흐려지거나 성격 변화까지 보이면 이미 종양이 뇌 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체 뇌종양 환자의 약 70~80%는 양성 종양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조직과의 경계가 뚜렷해 수술을 통한 완치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양성 종양으로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뇌를 싸고 있는 수막에서 발생하며 전체 원발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뇌수막종,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하수체에서 발생하고 시야 장애나 생리 불순, 남성 호르몬 이상 등을 유발하는 뇌하수체 선종, 청각 및 평형을 담당하는 뇌신경에서 발생하며 한쪽 귀 난청, 이명,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는 신경초종(청신경초종)이다.
이들 대부분은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으며, 증상이 없으면 정기 MRI 검사로 경과만 관찰해도 되는 경우가 많다. 단, 종양의 크기나 위치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나, 갑자기 자라기 시작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반면 악성 뇌종양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주변 뇌조직을 침범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다. 대표적인 악성 종양인 뇌교종은 뇌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교세포에서 발생하며, 전체 교종의 절반 이상이 악성이다.
가장 치명적인 악성 뇌종양은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다. 이 종양은 국내에서 연간 약 800명이 새로 진단받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생존 기간은 3~6개월, 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1~1.5년 정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이 외에도 간질성 뇌교종, 간성 교종, 변형된 핍지교종 등이 있으며,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뇌종양의 진단 과정
뇌종양 진단의 기본은 MRI 검사다. 조영제를 정맥에 주입해 종양 부위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검사는 진단뿐만 아니라 수술 전 계획 수립, 수술 후 경과 관찰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MRI만으로는 종양의 정확한 성격(양성인지, 악성인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직검사(생검)를 통해 종양 일부를 떼어내 현미경 분석과 유전자 검사를 병행해야 최종 확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종양의 종류, 등급, 치료 반응도, 예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뇌종양의 치료방법
대부분의 뇌종양 치료에서 첫 단계는 외과적 절제(수술)다. 특히 양성 종양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되면 신경 증상이 개선되거나 완치도 가능하다. 악성 뇌종양의 경우 수술로 종양의 양을 줄이면 후속 치료 효과를 높이고 생존 기간도 연장시킬 수 있다.
수술법에는 종양 부위를 열고 절제하는 개두술, 방사선을 이용해 비침습적으로 제거하는 감마나이프, 뇌 기저부에 접근하는 내시경 수술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형광유도수술, 영상유도수술, 수술 중 신경 감시 및 매핑 등 보조기법으로 정밀도와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환자의 상태, 종양 위치 및 특성에 따라 맞춤형 수술 전략이 적용된다.

악성 뇌종양은 수술 후에도 남은 종양세포로 인해 재발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요법을 병행한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 부위에 하루에 소량씩 방사선을 조사해 세포 성장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킨다. 보통 2~8주간 매일 시행하며, 치료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항암 치료는 과거엔 효과가 떨어진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혈관-뇌 장벽(BBB)을 극복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이 도입돼 치료 효과가 향상됐다. 특히 교모세포종 환자에게는 수술 후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 같은 경구 항암제가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맞춤형 약물 치료도 가능해졌다.
뇌종양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으로 여겨지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치료 가능성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양성 종양의 경우 수술 없이 평생 관찰만으로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고, 악성 종양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박철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모든 뇌종양이 손쓸 수 없는 병은 아니다. 국내에는 세계 수준의 뇌종양 치료 기술과 인력이 있으며, 유전자 분석 기반의 정밀의료와 다학제 진료 시스템으로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두려움 대신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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