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두 소진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흔히 ‘열심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현상'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심리적 고갈이 수반된다. 특히 직장, 학업, 육아 등에서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일수록 번아웃에 취약하다.
번아웃의 핵심 증상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서 ‘의욕 상실’과 ‘정서적 탈진’이다. 하던 일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평소에 즐겁던 일도 귀찮아진다. 머릿속이 멍하고, 집중이 되지 않으며, 사소한 일에도 감정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스스로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가 계속된다면 한 번쯤 정신적인 과부하 상태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충분히 쉬었음에도 여전히 피곤하고, 일상이 버겁게 느껴지며, 감정 표현이 무뎌진다면 이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 신호일 수 있다.
번아웃을 방치할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비난하거나 ‘나는 왜 이것도 못 견딜까’라는 자책은 악순환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번아웃은 오히려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그동안 감정을 눌러온 방식에 있을 수 있다.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에게 잠시 멈춤을 허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체계적인 상담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다.
이제는 자신에게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고 묻는 대신,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지치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번아웃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참고 버텨온 당신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이시은 산본 이시은위드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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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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