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력 회복과 삶의 질을 고려한다면, 백내장 수술의 ‘적기’를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초기 백내장은 시력 저하가 크지 않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진행 속도를 늦추며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도 조기에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과잉 치료가 될 수 있다. 시력에 불편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술을 하면, 불필요한 수술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력이 서서히 흐려지거나, 빛 번짐 현상이 심해져 운전이 불편하고, 독서나 컴퓨터 작업이 어려워질 정도라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치상 시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기능적인 불편함이 크다면 이미 수술 적기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 시기를 결정할 때는 안과 전문의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느끼는 생활의 불편함이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단순히 시력 수치만으로 수술 여부를 정하기보다, 빛에 대한 민감도, 시야 흐림의 정도, 일상생활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내장이 지나치게 진행되면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혼탁이 심해지면서 수술 자체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수술 시간이 늘어나고, 염증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특히 과숙 백내장 단계에 접어들면 수정체가 단단하게 굳거나 융해되기 시작하면서, 수술 중 수정체낭이 파열되거나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의 위험이 커진다. 이로 인해 인공수정체 삽입이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또한 백내장이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으면 회복 속도도 늦어지고, 수술 후 시력 회복의 폭도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게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다.
백내장의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전신 질환이 있다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스마트폰·컴퓨터 사용량, 자외선 노출, 흡연 여부 같은 생활습관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백내장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만성 질환의 치료에 힘써 백내장 진행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진행 상태를 확인하여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특별히 느껴지는 증상이 없더라도 눈 건강 상태를 꾸준히 점검해야 수술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글: SNU청안과 한영근원장)
김국주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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