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보호자는 매일 강아지와 고양이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지만, 질병의 신호를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려동물은 본능적으로 아픈 기색을 감추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매일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산책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반려동물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검진을 받아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검사에서 심장이나 신장에 이상이 확인되는 사례도 많다. 이런 이유로 반려동물 건강검진은 ‘아픈 아이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지금 건강해 보이는 아이를 지키는 안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여운경 동대문 이즈동물병원 원장
여운경 동대문 이즈동물병원 원장
실제로 반려견 건강검진 시 자주 발견되는 질환들은 대부분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심장 질환, 신부전, 비장 종양이다. 심장 질환은 소형견에서 흔하지만 기침이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은 상당히 진행된 후에 드러난다. 신부전 역시 혈액검사 없이는 확인이 어렵고, 식욕 부진이나 구토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신장 기능의 큰 손상이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비장 종양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암살자’라는 별명에 맞게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파열되면 급성 빈혈이나 쇼크로 이어져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막상 검사를 해 보면 만성 신부전이나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 신부전은 노령묘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신장 기능이 절반 이상 저하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보호자가 체중 감소나 구토와 같은 증상으로 질병을 눈치 챘을 때에는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도 보호자가 단순히 노화나 성격 변화로 오해하기 쉽다. 반려묘의 활동량이 늘고 식욕도 왕성한데 체중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면, 이는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질병 신호다. 이런 질환은 정밀 검진을 받지 않으면 놓치기 쉽고, 결국 치료 시기를 늦추게 된다.

이처럼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질환들은 결국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반려동물 건강검진은 단순히 피를 뽑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신체 검사다. 체중, 체온, 심박수, 호흡 상태를 살피고, 구강이나 피부의 작은 이상까지 확인한다. 겉으로는 단순한 체크처럼 보이지만, 심잡음이나 호흡음 이상 같은 심장 질환의 초기 신호를 잡아내는 중요한 단계다.

혈액검사는 신부전이나 간 질환처럼 체내 장기 기능의 이상을 조기에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모두 혈액 검사를 통해 신부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증상이 보일 때는 이미 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전해질 수치, 혈당, 혈구 수치도 함께 확인해 빈혈이나 내분비 질환을 조기에 알 수 있다.

소변 검사는 신장 건강을 평가하는 가장 민감한 지표다. 혈액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와도 소변 비중이나 단백뇨 여부를 통해 초기 신부전의 단서를 잡아낼 수 있다. 고양이에게 특히 중요한 검사로, 만성 신부전을 조기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다른 검사 종류로는 영상 검사가 있다. 흉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서는 심장 크기나 폐의 변화를 확인해 심장 질환의 단서를 얻을 수 있고, 복부 초음파 검사는 간, 신장, 비장, 췌장 등 주요 장기를 세밀하게 살피는 데 유용하다. 특히 비장 종양은 초음파 검사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아가 필요할 경우 호르몬 검사나 심장 초음파 같은 정밀 검사가 추가된다. 고양이의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 수치 측정을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강아지의 심장 질환도 심장 초음파를 통해 판막 이상이나 심근 두께를 세밀하게 확인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노령견과 노령묘에게 건강 검진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면역력과 장기 기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질병이 조용히 자리 잡는다. 하지만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면, 약물이나 식이 관리만으로도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건강검진은 단순히 병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도록 삶의 시간을 지켜주는 약속이다.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건강할 때 받는 검진이야 말로 반려동물의 내일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글 : 여운경 동대문 이즈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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