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데도 공기가 건조한 이상한 날씨가 이어지면,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피부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반려견은 평소보다 자주 긁거나 핥고, 반려묘는 털을 심하게 매만지며 털 빠짐이 두드러진다. 겉보기엔 습한 듯하지만, 실내는 에어컨과 제습기로 인해 오히려 건조하고, 온도 변화까지 심해 피부 장벽이 쉽게 무너진다. 이런 환절기 특유의 환경은 세균과 곰팡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동시에 활개치기 쉽다.

강아지의 경우 가장 흔히 나타나는 피부 문제는 ‘습진’과 ‘피부염’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가려움이나 붉은기 정도로 시작하지만,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젖은 털을 방치한 뒤 생기는 세균성 습진, 알레르기성 피부염, 음식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 진드기·곰팡이 감염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특히 비가 자주 오는 시기에는 산책 후 발 사이, 겨드랑이, 배쪽 털이 축축해지기 쉽다. 그 상태로 말리지 않으면 공기 중의 세균이 번식하며 염증이 생기고 강아지가 가려움을 견디지 못해 해당 부위를 계속 핥거나 긁으면서 상처가 커져 진물과 악취를 동반하기도 한다.

안정근 강남 커비 동물병원 원장
안정근 강남 커비 동물병원 원장
고양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반려묘는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지만, 환절기에는 털갈이와 함께 피지 분비가 늘어나며 피부 트러블이 잦아진다. 특히 피부가 건조하면 각질과 비듬이 생기고 과도한 그루밍으로 인해 털이 듬성듬성 빠지는 ‘과다그루밍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나 불균형한 피지 조절이 만든 질환이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피부를 약하게 만드는 공통된 원인은 ‘피부 장벽의 붕괴’이다. 피부 장벽은 수분을 지키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급격한 온도 변화, 건조한 실내 공기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겹치면 장벽이 무너지고, 그 틈으로 세균이 침투하면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이때 반려동물이 계속 긁거나 핥으면 손상된 부위가 넓어지고, 2차 감염으로 염증이 악화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꾸준한 보습 관리가 필수다. 강아지는 산책 후 털을 완전히 말려주고, 저작극성 샴푸나 보습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목욕보다는 실내 습도 조절하는 편이 낫다. 반려동물에게 적절한 실내 습도인 40~60%를 유지하면 각질이 줄고 피부 회복도 빨라질 것이다.

만약 반려동물이 지속적으로 가려워하거나, 탈모, 딱지, 악취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한 피부 건조나 알레르기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생충과 진균 활동이 늘어나면서 외이염이나 피부진균증 같은 감염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가 잦은 시기에는 세균이 쉽게 번식해 짧은 기간에도 증이 급격히 악화된다. 이런 경우, 망설이지 말고 동물병원에 내원해 원인균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 시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피부 염증 완화와 피부 재생을 위해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레이저 치료는 반려동물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 비침습적 치료이기 때문에, 피부 손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시행하면 보다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피부 질환은 단순히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다. 가려움은 반려동물에게 지속적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수면의 질과 식욕,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자주 몸을 핥거나 긁는다면, 그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불편함의 신호이다. 보호자가 그 신호를 조기에 알아차리고 대응하면 더 큰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피부는 건강의 거울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털 속에서 반짝이는 윤기과 깨끗한 피부는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편안하고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도 그 반짝임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 : 안정근 강남 커비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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