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통증 방치하다 ‘회전근개 파열’... 결국 인공관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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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통증 방치하다 ‘회전근개 파열’... 결국 인공관절까지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0-31 09:43

[Hinews 하이뉴스] 52세 식당 직원 A씨는 몇 해 전부터 어깨 통증을 느꼈다. 통증이 사라지면 곧바로 일을 재개했고, 그렇게 몇 년을 반복한 끝에 팔을 들기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병원 진단은 ‘회전근개 파열’. 손상이 너무 심해 봉합이 어렵고, 인공관절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감싸는 네 개의 힘줄로 구성돼 있다. 이 힘줄들은 팔을 들거나 돌릴 때 어깨뼈가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핵심 구조다. 하지만 반복된 사용, 무리한 동작, 그리고 노화로 인한 혈류 감소는 힘줄을 점점 약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실밥이 풀리듯 힘줄이 닳고 결국 찢어지면서 파열이 발생한다.

특히 40대 이후부터 환자가 급격히 늘고, 사용하는 팔에 따라 주로 한쪽 어깨에서 먼저 나타난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쪽 어깨가, 반복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작업 쪽 어깨가 먼저 손상된다.

어깨 통증을 방치하면 회전근개가 찢어져 봉합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인공관절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어깨 통증을 방치하면 회전근개가 찢어져 봉합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인공관절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그냥 아픈 줄 알았는데’... 진짜 신호는 따로 있다


회전근개 파열의 초기 증상은 단순 근육통과 비슷하다. 하지만 팔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심하거나, 팔을 내릴 때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손상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밤에 통증이 심해지거나, 팔을 움직일 때 ‘사각사각’ 마찰음이 느껴지는 것도 주요 신호다.

이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초기에 통증이 잠시 줄어들면 회복된 것으로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회전근개는 네 개의 힘줄이 함께 작용해 한쪽이 손상돼도 나머지가 일시적으로 기능을 대신한다. 하지만 손상이 누적되면 결국 힘줄이 말려 들어가고, 주변 근육이 지방으로 변해 수술이 어려워진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회전근개 파열을 오래 방치하면 힘줄이 퇴화해 일반적인 봉합술로는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인공관절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기 치료가 관절을 지키는 유일한 길

치료 방법은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부분 파열이거나 초기라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프롤로 주사, 체외충격파 치료 등을 통해 염증을 완화하고 조직 재생을 돕는다. 이후에는 어깨 근육 강화 운동을 병행해 관절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힘줄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라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회전근개 봉합술이 필요하다. 수술 뒤 약 2~3개월의 재활 기간 동안 어깨 움직임을 단계적으로 회복해야 한다. 이때 수동운동에서 능동운동으로 천천히 전환하며 근육과 관절 기능을 되살린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민슬기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는다”며 “통증이 약하다고 방치하면 손상이 진행돼 결국 인공관절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기 진단이 곧 회복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봉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이 심하다면 ‘역행성 견관절 치환술(어깨 인공관절 수술)’이 마지막 선택이 된다. 이 수술은 손상된 회전근개 대신 삼각근을 이용해 어깨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마지막 단계의 치료로 고려돼야 한다.

반복되는 어깨 통증을 단순 피로로 여기면, 그 대가는 크다. 어깨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지금 통증이 있다면,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지금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 필요하다. 조기 치료만이 어깨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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