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목이 뻐근하거나 부은 느낌이 들 때, 혹은 삼킬 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면 단순한 피로라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 뒤에는 갑상선의 이상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갑상선 결절’과 ‘갑상선염’은 증상이 비슷해 자주 혼동되는 질환이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원인과 치료법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불필요한 검사나 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
갑상선 결절은 말 그대로 갑상선 안에 덩어리(혹)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 세포가 부분적으로 과도하게 자라거나, 낭성 변화로 인해 형성된 결절이 대표적이다. 결절의 대부분은 양성이며, 악성 종양인 갑상선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약 5%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결절이 크면 목에 이물감이나 압박감을 느끼거나, 음식물을 삼킬 때 불편감이 생기기도 한다. 결절이 기도나 후두 신경을 압박할 정도로 커지면 호흡곤란이나 목소리 변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강영 땡큐서울의원 원장
대부분의 결절은 단순히 구조적인 변화만 있을 뿐 호르몬 이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갑상선 결절은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는 기능성 결절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며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갑상선중독증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결절이 발견되면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통해 기능성 여부와 악성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
갑상선염은 갑상선 조직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 염증의 원인과 경과에 따라 급성, 아급성, 만성, 무통성 갑상선염 등으로 나뉜다. 급성 갑상선염은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통증과 발열, 갑상선 부위의 심한 붓기를 동반한다. 아급성 갑상선염은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 후에 생기며, 통증이 귀나 턱까지 퍼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경우 목을 만지면 통증이 심해지고, 기침하거나 음식을 삼킬 때 불편감이 커진다.
통증이 없는 무통성 갑상선염이나 산후 갑상선염도 흔하다.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염증으로, 국소적인 통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피로감이나 체중 변화 같은 전신 증상으로 나타난다.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갑상선이 단단해지고 기능이 떨어지며, 결국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갑상선염은 단순한 염증 질환이지만, 염증의 정도와 기간에 따라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능항진증 또는 기능저하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갑상선염과 갑상선 결절이 초음파에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이 부분적으로 부어 오르거나 음영이 균일하지 않게 나타나면 결절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갑상선염 환자가 결절로 오인돼 조직 검사나 수술을 권유받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갑상선염은 약물 치료로 회복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결절로 착각해 수술을 진행한다면 정상 갑상선 조직을 불필요하게 제거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또한, 갑상선염이 지속될 경우 염증으로 인해 결절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 결절이 커지며 갑상선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갑상선염이 진단된 경우에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절의 변화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초음파 검사는 갑상선의 모양, 크기, 내부 구조, 혈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결절과 염증을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질환의 치료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갑상선염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가 중심이며, 기능 이상이 동반될 경우 호르몬 조절 약제를 사용한다. 반면 갑상선 결절은 크기와 성격에 따라 추적 관찰, 고주파 열 치료(RFA) 같은 비수술적 치료, 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진단 단계에서부터 두 질환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갑상선 질환의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판단이 중요하다. 초음파 영상의 세밀한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장비의 성능보다 의료진의 숙련도에 달려 있다. 또한 혈액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함께 확인해야 염증성 변화인지, 구조적 결절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함부로 단정하지 말고, 갑상선 결절 갑상선염 모두를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