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것 같은 매달 찾아오는 그 두통, 혹시 편두통일까? [강경수 과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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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은 매달 찾아오는 그 두통, 혹시 편두통일까? [강경수 과장 칼럼]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6-15 16:57

[Hinews 하이뉴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혹은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려는 순간 한쪽 머리를 욱신욱신 파고드는 통증. 속이 울렁거리고 빛만 봐도 눈이 시려 커튼을 닫고 이불 속으로 숨게 만드는 그 두통. 시중 진통제 한 알로 버텨온 세월이 어느새 수년 째라면, 단순한 두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편두통은 전 세계 인구의 10~15%가 앓고 있는 흔한 신경계 질환이지만,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

편두통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머리 한쪽만 아프면 편두통"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는 양측 두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통증의 위치보다 성격과 동반 증상이 훨씬 중요한 진단 기준이 된다. 국제두통학회(IHS) 기준에 따르면 ▲4~72시간 지속되는 박동성 두통 ▲중등도 이상의 통증 강도 ▲움직임에 의해 악화 ▲오심·구토 또는 빛·소리에 대한 과민 반응이 동반될 때 편두통으로 진단한다.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있고 그중 8일 이상이 편두통 양상이면서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편두통'으로 분류한다.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이 아니라 뇌 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복합 질환이다. 통증의 특성과 동반 증상, 발작 빈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강경수 동부제일병원 신경과 과장
강경수 동부제일병원 신경과 과장

편두통의 발병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에서 핵심 인자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다. CGRP는 삼차신경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뇌막 혈관을 확장시키고 신경 염증 반응을 유발해 편두통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편두통 발작 중 혈중 CGRP 농도가 뚜렷하게 상승하며, 반대로 CGRP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면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전적 소인도 중요한 요소다. 편두통 환자의 직계 가족 중 같은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여기에 스트레스·수면 부족·호르몬 변화(특히 여성의 월경 주기)·특정 음식(치즈, 와인, 초콜릿)·날씨 변화·밝은 빛이나 강한 냄새 등 다양한 '유발 인자(trigger)'가 맞물릴 때 발작이 촉발된다. 강경수 과장은 "유발 인자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두통 일기'를 꾸준히 기록해 자신만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편두통 진단에 특별한 혈액검사나 영상 검사가 필수인 것은 아니다. 신경과 전문의의 면밀한 문진(問診)이 진단의 핵심이다. 두통의 위치·성격·강도·지속 시간·동반 증상·발생 빈도·일상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진단한다. 다만, 뇌종양·뇌출혈·뇌수막염 등 이차성 두통을 배제해야 할 경우에는 뇌 MRI나 CT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즉시 신경과를 찾아야 한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극심한 두통(‘망치로 맞은 듯한’ 두통), 수일~수주에 걸쳐 점점 심해지는 두통, 발열·구토·의식 변화·팔다리 마비·언어 장애를 동반한 두통, 50세 이후 처음 발생하거나 기존과 양상이 달라진 두통이다.

편두통 치료는 크게 발작이 시작됐을 때 통증을 신속히 완화하는 '급성기 치료'와, 발작 자체의 빈도·강도를 줄이는 '예방 치료'로 나뉜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급성기 치료로는 소염진통제(NSAIDs)도 사용되지만, 편두통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트립탄(triptan)'계 약물이 더 효과적이다. 트립탄은 뇌혈관 수축과 CGRP 분비 억제 작용을 통해 발작을 직접 차단하며, 증상 초기에 복용할수록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진통제 과용이다. 동부제일병원 신경과 강경수 과장은 "한 달에 10회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약물과용두통'을 유발해 두통이 만성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시중 진통제로 버티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처방을 통해 적절한 약물을 적시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 치료는 한 달에 4회 이상 발작이 있거나, 급성기 약물로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적극 권장된다. 전통적으로 베타차단제·항우울제·항경련제 등이 사용돼 왔지만, 최근 편두통의 핵심 기전인 CGRP를 직접 겨냥한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치료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

CGRP 단클론항체 주사제(갈카네주맙, 프레마네주맙 등)는 월 1회 또는 분기 1회 투여 방식으로, 관련 임상연구에서 편두통 발작 빈도 감소 효과가 보고됐다. 2024년에는 국내 최초로 경구용 CGRP 수용체 길항제(아토제판트)까지 출시되면서 주사가 불편했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기존 예방약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서도 CGRP 표적 치료제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만성 편두통 환자들에게도 희망적인 변화다.

약물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 관리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 유지, 식사 거르지 않기, 과도한 카페인 자제, 적당한 유산소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발작 빈도를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특히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여성 환자는 월경 전후 시기에 맞춰 예방적 약물 복용을 계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편두통은 참고 견디는 병이 아니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발작 빈도를 줄이고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두통 때문에 회사를 쉬거나 가족 행사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보시길 권한다.

(글 : 강경수 동부제일병원 신경과 과장)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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