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격한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고관절 주변에 통증이 생기거나, 양반다리 자세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기 쉽지만 관절 자체의 문제일 수 있어 통증이 지속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봐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대퇴골두 뼈조직이 서서히 괴사하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불편감이 없어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방치하면 결국 고관절이 붕괴되고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대퇴골두는 고관절과 맞닿아 있는 넓적다리뼈 윗부분이다. 이곳에 혈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뼈세포가 서서히 괴사하는 질환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뼈가 ‘썩는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국소 부위에서 뼈세포가 죽는 현상이며 주변으로 퍼지지 않는다. 다만 괴사된 부위에 체중이 반복적으로 실리면 미세골절이 발생하고, 이후 뼈가 무너지면서 통증이 본격화된다.
박성필 김포 연세더바른병원 정형외과 원장(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이 질환의 원인은 대퇴골두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된다는 것인데, 아직 정확한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있다. 과도한 음주는 지방 대사 변화로 혈류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스테로이드 약물의 장기 복용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관절 탈구 또는 대퇴골 골절 등의 외상이 있으면 혈관 손상이 발생하며, 위험 요인이 없어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처럼 특정 원인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가장 무서운 점은 초기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괴사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뼈가 골절될 때부터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의 특징으로는 주로 서혜부, 즉 사타구니나 엉덩이 주변의 통증이다. 걸을 때 통증이 심화되며 절뚝거림이 생길 수 있다. 고관절 운동이 제한돼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앉기가 어려워진다. 대퇴골두 함몰이 심해진 경우에는 양쪽 다리 길이가 육안으로 차이가 난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원인 모를 고관절 통증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는 질환의 단계, 괴사 범위, 나이, 활동량 등을 고려하여 진행하게 된다. 괴사 부위가 작고 변형이 적다면 약물치료를 하면서 고관절 부위의 체중 부하를 감소하는 등 관리를 병행한다. 고관절 안정화를 위한 물리치료와 같은 비수술 치료가 먼저 시작된다. 만약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진행이 빠르다면 괴사 부위에 구멍을 내 압력을 낮추고 혈류 개선을 유도하는 감압술, 또는 괴사된 뼈를 제거한 후 골 이식술을 진행할 수 있다. 절골술이나 인공관절 전치환술 등의 수술적 방법도 고려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만큼, 고관절 통증이 반복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증상 초기의 빠른 대응이 관절 보존과 삶의 질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증이 있을 시 즉각 검사를 받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