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연말이 다가오면 회식과 술자리가 늘면서 평소보다 음주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쉽다. 이 시기에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급성 췌장염’이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서 만들어진 소화효소가 십이지장으로 이동하기도 전에 췌장 내부에서 먼저 활성화되며 조직을 손상시키는 염증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담석과 과음이다. 담석이 담관–췌관이 만나는 부위를 막으면 소화효소 배출이 지연돼 췌장에 염증이 생긴다. 알코올 역시 췌장의 분비 기능을 방해해 급성·만성 췌장염 위험을 모두 높인다. 이 밖에도 고중성지방혈증, 외상, 감염,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종진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연말 회식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시는 폭음은 췌장을 강하게 자극해 췌장염 위험을 높인다”며 “특히 담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위험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말 폭음은 급성 췌장염 위험을 높이므로, 복부 통증이 지속되면 즉시 진료해야 한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갑작스러운 상복부 통증, 놓치면 위험하다
급성 췌장염의 대표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는 극심한 상복부 통증이다. 통증이 등으로 퍼질 수 있고, 구토·메스꺼움·발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호흡곤란, 혈압 저하, 의식 변화 등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아밀라아제·리파아제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고, CT나 MRI에서는 췌장 부종·염증 범위·괴사 여부, 담석 존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임상 증상, 혈중 효소 상승, 영상 소견 가운데 2가지 이상이 충족되면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한다.
현 교수는 “폭음 이후 복부 통증이 지속되면 단순 숙취라고 넘기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 대응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현종진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췌장염 치료와 예방법… 연말 음주 더 조심해야
치료는 원인 제거와 보존적 치료로 나뉜다. 음주가 원인이면 즉시 금주해야 하고, 담석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담석 제거가 필요하다. 고중성지방혈증이 원인일 때는 중성지방을 낮추는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보존적 치료는 금식, 충분한 수액 공급, 통증 조절이 중심이며 대부분의 경증 환자는 며칠 내 회복한다. 다만 췌장 괴사나 다발성 장기부전이 동반되면 투석, 항생제, 승압제, 인공호흡기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감염성 괴사가 생기면 내시경적 또는 수술적 제거가 고려된다.
현종진 교수는 “급성 췌장염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폭음과 무리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만, 고지방 식습관, 고중성지방혈증 등도 담석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평소 생활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