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벽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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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벽 제막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03 11:05

[Hinews 하이뉴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일 본관 1층 로비에서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고,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눈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고 밝혔다.

추모의 벽에는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장기기증을 실천한 273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방문객들은 이 공간에서 기증자 한 분 한 분의 결정을 기억하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

특히 2021년 다섯 살 전소율 양은 심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해 세 명의 생명을 살렸다. 행사에 참석한 소율 양 부친은 “소율이의 심장이 다른 몸속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서울대병원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벽’ 제막식 참석자 단체사진. (왼쪽부터) 강현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본부장(3번째), 김영태 서울대병원장(4번째), 유가족 대표 전소율 양 부친(5번째), 이식 수혜자 대표 권경남 씨(6번째), 민상일 장기이식센터장(9번째)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벽’ 제막식 참석자 단체사진. (왼쪽부터) 강현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본부장(3번째), 김영태 서울대병원장(4번째), 유가족 대표 전소율 양 부친(5번째), 이식 수혜자 대표 권경남 씨(6번째), 민상일 장기이식센터장(9번째)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202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울림길’ 의식을 도입했다. 장기기증자가 수술실로 향할 때 의료진이 도열해 마지막 경의를 표하는 이 의식은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됐으며, 추모의 벽은 이러한 존중의 정신을 병원 공간에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2025년 11월 말 기준,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총 7582건의 장기이식을 시행했다. 이 가운데 약 2500건(33%)은 뇌사 장기기증으로 이루어졌으며, 신장 1155건, 간 770건, 심장 279건, 폐 226건, 췌장 72건이 포함된다. 이는 수많은 환자가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 기증자와 유가족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막식에는 김영태 병원장, 민상일 장기이식센터장,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강현진 본부장, 유가족과 수혜자, 의료진 등 50여 명이 참석해 기증자들을 함께 추모했다.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수혜자 권경남 씨(49년생, 여성)는 추모의 벽 조성과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했다. 권 씨는 “기증자 덕분에 지금의 삶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그분들에 대한 감사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고 말했다.

김영태 병원장은 “추모의 벽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결단을 오래 기억하고, 생명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고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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