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글루텐은 밀·보리·호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반죽에 탄력과 구조를 더해 제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루텐 자체가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라는 오해가 퍼졌지만, 의학적으로 일반인의 글루텐 섭취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글루텐이 포함된 통곡물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B군, 철분, 마그네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해 균형 잡힌 식단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 환경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통곡물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만성질환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통곡물 섭취가 콜레스테롤 개선,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 심혈관질환 예방에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글루텐이 문제라기보다 ‘어떤 형태의 곡물’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황두나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글루텐은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글루텐 제한은 오히려 영양 균형을 깨뜨릴 수 있어, 특정 증상이 있을 때는 자가 판단 대신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의학적 필요가 없는 일반인의 글루텐 프리 식단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무분별한 제한은 피해야 한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누가 글루텐 프리 식단을 꼭 해야 하는가
글루텐 프리 식단이 치료의 핵심이 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셀리악병이다. 글루텐 섭취가 소장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켜 융모가 손상되고, 영양 흡수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진단을 받으면 글루텐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한다. 이 외에도 밀 알레르기 환자는 글루텐뿐 아니라 밀 단백질 전반에 반응하기 때문에 식단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 다른 대상은 비(非)셀리악 글루텐 민감증 환자다. 이들은 셀리악병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지만, 글루텐 섭취 후 복통·팽만감·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이 경우 글루텐 제한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스스로 글루텐 민감증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실제로는 과민성 장증후군(IBS)이나 특정 탄수화물(FODMAP) 문제로 인한 증상인 경우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황두나 과장은 “글루텐 섭취 후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원인이 글루텐이 아닐 수도 있다”며 “정확한 질환 감별 후 필요한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인의 무분별한 글루텐 프리가 초래하는 문제들
글루텐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일반인들이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의학적 필요 없이 글루텐 섭취를 제한하면 섬유질과 미량 영양소 섭취가 감소해 변비, 피로감,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통곡물 제한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려 장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중 글루텐 프리 가공식품의 구성도 문제다. 글루텐이 빠지면서 생기는 식감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탕·지방·나트륨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루텐 프리”라는 문구만 보고 선택했다가 오히려 칼로리와 당분을 과다 섭취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체중 증가나 혈당 변동을 유발해 다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황두나 과장은 “글루텐 프리 제품이 항상 건강한 선택은 아니다”며 “오히려 영양 구성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통곡물 기반의 일반 식단이 더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황두나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균형 잡힌 식단 선택이 핵심이다
결국 글루텐 프리 식단은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일반인의 건강을 위한 만능 전략은 아니다. 의학적 필요가 없다면 글루텐을 배제하기보다 과일·채소·통곡물·단백질을 적절히 조합해 식단의 질을 높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다.
만약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면, ‘글루텐 프리’ 라벨만 보지 말고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당·지방·나트륨 함량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품 속 숨겨진 글루텐을 피하고 싶다면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글루텐 섭취 후 불편함을 느낀다면 스스로 판단해 식단을 바꾸기보다 의료진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