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인 줄 알았는데 ‘모낭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 [손인미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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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인 줄 알았는데 ‘모낭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 [손인미 원장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16 10:54

[Hinews 하이뉴스] 남성들의 매일 같은 면도나 여성들의 두터운 메이크업, 그리고 장시간의 마스크 착용 등으로 인해 입 주변이나 턱, 볼 등에 붉은 트러블이 올라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이를 단순한 ‘여드름’으로 여겨 습관적으로 압출을 시도하거나 여드름 연고를 바르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병변이 붉게 번지거나 농포가 심해진다면 여드름이 아닌 ‘모낭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낭염은 말 그대로 털을 감싸고 있는 모낭에 세균이 침투하여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겉보기에는 좁쌀 여드름이나 화농성 여드름과 매우 흡사해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면포(씨앗)’의 유무다. 여드름은 피지가 모공 안에 뭉쳐 생성된 면포가 있어 짜내면 노란 알갱이가 나오지만, 모낭염은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 반응이므로 면포 없이 끈적한 농이나 피만 배출된다. 이를 여드름으로 오인해 억지로 짜내면 세균이 주변 모낭으로 급속히 퍼져 증상이 악화되거나 흉터가 남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인미 미소로한의원 천안점 원장
손인미 미소로한의원 천안점 원장
문제는 모낭염이 컨디션에 따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화되기 쉽다는 점이다. 항생제나 연고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염증이 가라앉는 듯하다가도, 수면이 부족하거나 피로가 쌓이면 어김없이 다시 올라오곤 한다. 이는 피부 겉면의 세균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몸 내부의 면역 환경이 무너져 있음을 시사한다.

한의학에서는 모낭염이 반복되는 원인을 체내에 과도하게 쌓인 ‘습열(濕熱)’과 피부의 방어 기능인 ‘위기(衛氣)’의 저하에서 찾는다. 맵고 기름진 식습관, 잦은 음주, 스트레스 등은 몸 안에 끈적한 습기와 뜨거운 열을 정체시키는데, 이것이 피부 쪽으로 몰리면서 붉고 곪는 염증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치료의 초점은 단순히 겉에 드러난 균을 없애는 것을 넘어, 염증을 만들어내는 신체 내부 환경을 개선하는 데 맞춘다. 개인의 체질과 증상을 고려한 한약 처방을 통해 체내에 쌓인 불필요한 열독과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청열해독(清熱解毒)’ 요법을 시행한다. 이와 함께 침과 약침 치료를 병행하여 환부의 기혈 순환을 돕고, 저하된 피부 장벽 기능과 면역력을 강화한다. 피부가 스스로 외부의 세균 자극을 이겨내고 염증을 진정시킬 수 있는 힘, 즉 ‘위기’를 튼튼하게 다지는 과정이다.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오염된 손으로 얼굴을 만지거나 자가 압출하는 행위는 금물이며, 면도기나 베개 커버 등 피부에 닿는 물건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한 체내 습열을 조장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부 재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모낭염은 단순히 피부 겉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적신호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을 없애는 것에만 급급하기보다, 체내의 습열을 다스리고 피부 본연의 방어력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손인미 미소로한의원 천안점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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