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는 뒷전? 상급병원 ‘비급여 장사’ 3년 새 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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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는 뒷전? 상급병원 ‘비급여 장사’ 3년 새 2조원

‘빅4’ 병원에 집중된 비급여 수익… 전체의 절반 가까이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5-12-17 21:11

[Hinews 하이뉴스] 상급종합병원이 최근 3년간 외래와 입원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며 거둔 금액이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러한 경향이 집중적으로 확인돼, 중증·필수의료를 담당해야 할 상급병원의 역할이 수익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외래 진료에서 발생한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는 약 1조2647억원, 입원 진료에서는 약 1조9억원으로, 총 2조26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급종합병원이 최근 3년간 외래와 입원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며 거둔 금액이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러한 경향이 집중적으로 확인돼, 중증·필수의료를 담당해야 할 상급병원의 역할이 수익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상급종합병원이 최근 3년간 외래와 입원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며 거둔 금액이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러한 경향이 집중적으로 확인돼, 중증·필수의료를 담당해야 할 상급병원의 역할이 수익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실련은 공공 상급종합병원이 상대적으로 수익 압박이 적다는 점에 주목해, 공공병원의 평균 비급여 비율을 기준선으로 삼고 이를 초과한 금액을 ‘과잉 비급여’로 산정했다. 분석 결과, 외래 진료 기준 공공병원 12곳의 평균 비급여 비율은 9.7%에 그쳤으나, 민간병원 33곳은 15%로 집계돼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차이는 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수도권 내 공공병원 2곳의 외래 비급여 비율은 평균 12.6%였지만, 민간병원 20곳은 17.7%로 나타났다. 특히 인하대병원(28.5%), 고려대 안암병원(23.6%), 고려대 안산병원(23.2%), 한양대병원(22.7%), 이대목동병원(22.5%) 등 수도권 민간병원이 외래 비급여 비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경실련은 이들 5개 병원에서만 약 2817억원 규모의 과잉 비급여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이른바 ‘빅4’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외래 비급여 과잉 지출만 5413억원으로 전체의 약 43%를 차지했다. 병원별로는 세브란스병원이 2285억원으로 가장 컸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그 뒤를 이었다.

입원 진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입원 진료비 가운데 비급여 비율이 높은 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18.4%), 서울성모병원(17.2%), 경희대병원(16.4%), 서울아산병원(16.2%), 강북삼성병원(16.2%) 순으로 조사됐다. 이 중 빅4 병원에서 발생한 입원 비급여 과잉 지출은 약 4615억원으로, 전체 입원 과잉 비급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경실련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외래 환자 유치와 고가 비급여 진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 치료와 연구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함에도, 현재는 외래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확대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병원의 외래 비중과 비급여 비율을 병원 평가와 지정, 재정 지원에 반영하고, 병원별 비급여율과 건강보험 보장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가격 관리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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