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어느 날 갑자기 글씨가 번져 보이거나 한쪽 눈이 흐리게 느껴지면 단순한 피로감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 뒤에는 이미 망막에 이상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망막정맥혈관폐쇄증은 이러한 갑작스러운 시야 저하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력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망막정맥혈관폐쇄증은 망막으로 들어온 혈액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막히면서 발생한다. 정맥 흐름이 정체되면 산소 공급이 줄고 혈액 성분이 주변 조직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통증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환자들은 ‘갑자기 흐려 보인다’는 증상으로 뒤늦게 병원을 찾곤 한다.
윤수민 밝은신안과 원장
정맥 흐름이 막히면 혈액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해 망막 조직에 압력이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체액이 주변으로 스며들기 쉬워진다. 폐쇄범위와 형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황반부종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은 부종에 취약해, 미세한 붓기만으로도 글씨가 휘어 보이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 뚜렷한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부종이 오래 지속되면 망막의 신경조직이 망가져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시력 예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은 안저 검사를 통해 출혈과 부종 여부를 확인하고, 형광안저혈관조영으로 정맥이 막힌 구역과 순환 부족 범위를 파악한다. 여기에 빛간섭단층촬영(OCT)검사를 병행하면 황반부종의 정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런 검사는 치료 방향과 경과 관찰에 필수적이다.
치료의 중심은 황반부종을 조기에 억제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방법이 유리체강 내 주사치료다. 혈관 누출을 줄이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직접 눈 안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외래에서도 시행 가능해 환자 부담이 비교적 적다. 치료 후에는 일정 간격으로 검사를 반복하면서 부종 변화에 맞춰 투약 간격을 조절한다. 또한 경과에 따라 비정상 혈관이 새로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추가적인 출혈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레이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후에도 정기적인 안과 추적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질환은 전신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는 망막혈관을 약하게 만들어 폐쇄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단순히 눈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 질환 조절과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정맥폐쇄는 통증이 거의 없어 환자분들이 ‘조금 쉬면 괜찮겠지’ 하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심 시야가 번지거나 글씨가 휘어 보이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예후가 크게 좋아진다. 황반부종이 오래 머물수록 시력 회복 가능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력은 작은 변화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눈이 보내는 신호를 지나치지 않고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불확실한 시력 저하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