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반려동물의 구토는 보호자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증상 중 하나다.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번 토했으니 괜찮겠지’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구토는 단순한 소화 불량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원인을 포함한다. 구토의 빈도, 색상, 동반 증상에 따라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구토는 공복 상태에서 발생하는 구토다. 주로 아침 시간이나 식사 간격이 길어졌을 때 나타나며, 노란색 또는 연한 거품 형태의 토사물이 특징이다. 공복토는 위 안에 음식물이 없는 상태에서 위산과 담즙이 위벽을 자극하면서 발생한다. 비교적 건강한 반려견에게 나타나지만 반복된다면 위염, 담즙 역류, 위장관 운동 이상이 동반됐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고양이에게서 흔한 구토 원인으로는 헤어볼토가 있다. 그루밍 과정에서 삼킨 털이 위장관에 쌓였다가 덩어리 형태로 배출되며, 주로 토사물에서 길쭉한 털뭉치가 확인된다. 간헐적이고 컨디션이 유지된다면 정상 범주로 볼 수 있지만, 털이 거의 보이지 않거나 구토 빈도가 잦을 경우 단순 헤어볼토가 아닌 장운동 저하, 장폐색, 위장관 염증이 원인일 수도 있다.
급하게 먹어서 발생하는 구토도 매우 흔하다. 사료를 씹지 않고 삼키듯 먹은 뒤 곧바로 토하는 경우로, 소화되지 않은 사료 형태 그대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식후 바로 발생하고 이후 활력이 유지된다면 급식 속도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식기를 슬로우 식기로 바꿔주는 등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구토가 잦다면 식도 확장증, 위 배출 장애 같은 구조적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식이 변화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갑작스러운 사료 변경, 새로운 간식, 기름진 음식 섭취 후 구토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반려견은 사람 음식에 대한 유혹이 많아 췌장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췌장염은 반복적인 구토와 복통, 식욕 저하를 동반하며, 방치할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물 섭취 또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구토 원인이다. 장난감 조각, 실, 비닐, 뼈 조각 등을 삼킨 경우 지속적인 구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장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토를 반복하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나, 먹은 뒤 바로 토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구토의 원인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로는 색상이 있다. 투명하거나 흰 거품 형태는 위산 자극과 관련된 경우가 많으며, 노란색은 담즙이 섞인 공복토나 위장관 자극과 연관된다. 갈색이나 커피색처럼 보이는 구토는 위장관 출혈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색상은 선혈이 보이거나 검붉은 피가 섞인 구토이다. 이런 형태의 구토를 한다면 즉각적인 병원 내원이 필요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 처치는 매우 제한적이다. 한두 번의 구토 후 컨디션이 유지된다면 단시간 금식 후 소량의 물부터 반응을 확인하는 정도가 안전하다. 그러나 반복적인 구토, 색상 변화, 무기력, 복부 통증, 탈수 증상이 동반된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다. 임의로 사람 약을 먹이거나 민간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구토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며,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반려동물의 나이, 식습관, 기존 질환에 따라 필요한 검사는 달라진다. 혈액검사, 영상검사, 복부 초음파 등을 포함한 건강검진은 단순한 구토의 원인을 명확히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려동물, 강아지, 고양이, 반려견, 반려묘에게 구토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자주 있는 일이니까”라는 생각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구토가 반복되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이 보인다면, 증상만 다스리려 하지 말고 동물병원에서 원인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글 : 박성원 숲속동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