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는다. 이때 약값의 약 70%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지불한다. 이 구조는 1977년 의료보험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제도다.
초기 의료보험은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었고, 약값 역시 지금처럼 정교하게 관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민 건강보험 체제가 완성되면서 정부는 의료 이용을 통제하고 재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약값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건강보험공단은 단순한 보험자를 넘어 제약사와 약가를 협상하고, 지급 구조를 설계하는 핵심 주체가 됐다. 약값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가격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보험 급여 가격’이라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의약품은 크게 오리지널 약품과 제네릭 약품으로 나뉜다. 오리지널 약품은 제약사가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거쳐 최초로 개발한 신약으로, 특허 기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비교적 높은 약가를 인정해 제약사가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 왔다.(사진 = 무료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가 구조의 핵심
의약품은 크게 오리지널 약품과 제네릭 약품으로 나뉜다. 오리지널 약품은 제약사가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거쳐 최초로 개발한 신약으로, 특허 기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비교적 높은 약가를 인정해 제약사가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 왔다.
반면 제네릭 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이후 동일한 성분과 효능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복제약이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해 왔다. 이 구조 속에서 제네릭은 국민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치료 수단이었고, 제약사에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었다.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이 시장을 기반으로 생존했고, 일부는 신약 개발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로 건강보험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치권은 약값을 재정 관리의 주요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약가제도 개선안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속에서 약값 구조를 전면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의약품비가 재정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고, 특히 제네릭 약품 가격이 오리지널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동일 성분·동일 효능의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오리지널 대비 40%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시장 점유율과 출시 시점에 따른 차등 약가 체계를 도입하고, 사후 약가 인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아울러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을 유연화하고, 필수의약품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개선안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약 산업과 의약품 공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의견 수렴과 보완책 마련을 거쳐 2026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약가제도 개선을 보건복지 정책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토론회에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네릭 시장의 경쟁이 가격이나 품질이 아니라 영업 경쟁, 나아가 리베이트 경쟁으로 왜곡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품질 혁신보다 판매를 위한 영업에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바이오·제약 산업을 산업·과학기술·통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약가정책은 연구개발과 제조 혁신을 뒷받침하면서 건강보험 재정과 산업 발전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서영석 의원 역시 “국내 제약 산업이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약가정책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순기능을 하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 제약업체는 반발, 야당은 신중 반면 중소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제도 개선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8%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제네릭 약가를 대폭 인하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업계는 제네릭 매출이 연구개발, 제조 설비 투자, 일자리 유지의 기반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한다. 약값이 일괄적으로 인하될 경우 고정비와 설비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R&D 투자 여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 제약사 대표는 “소규모 제약사들은 고정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개편안은 산업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역시 약가 인하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용량이 많고 국민에게 저렴하게 제공되는 약에 대해 무조건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많이 팔린다는 이유만으로 약가를 낮추는 것은 숫자와 재정만 고려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식은 국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며 “재정을 건전화하면서도 산업이 함께 발전하지 못한다면 결국 제약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 인하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전문가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좋은 의약품을 제값에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