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사회 > 보건정책

해외 약가제도 비교…한국 제네릭 인하 논란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1-25 14:15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해외 국가들의 약가 정책과 비교하면 각국은 비용 억제와 산업 유지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해외 국가들의 약가 정책과 비교하면 각국은 비용 억제와 산업 유지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Hinews 하이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해외 국가들의 약가 정책과 비교하면 각국은 비용 억제와 산업 유지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정부가 약가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 자유시장 중심 구조를 유지해 왔다. 제약사가 의약품 출고가를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민간 보험사와 협상을 통해 실제 약가가 형성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처방약 가격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왔다. 특히 특허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제네릭 의약품은 경쟁이 치열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고령자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일부 고가 의약품에 대해 정부가 가격 협상에 직접 나서고, 해외 선진국 약가를 참고해 가격을 낮추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자유시장 구조를 유지하되, 사회적 부담이 큰 품목에 한해 개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정부 개입이 강한 약가 통제 체계를 운영한다. 다수 국가가 외국 약가를 참고하는 참조가격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신약과 기존 의약품 모두 공공보험 등재 과정에서 정부 또는 공공 보험자와의 가격 협상이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일부 국가는 신약 출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보험 재정 부담을 관리한다. 유럽의 공통적인 특징은 약가를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공공보험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국가별 재정 여건과 협상력 차이에 따라 약가 수준과 신약 접근성에는 편차가 존재한다.

일본은 정부가 약가를 직접 결정하고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보건당국이 약가 기준을 정한 뒤, 실제 시장 거래 가격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약가를 인하한다.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은 반복적인 가격 인하 대상이 된다. 일본은 이러한 정책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유지해 왔지만, 지속적인 약가 인하가 제약사의 수익성을 제한하고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신약 도입 속도가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평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량구매 방식을 통해 약가를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대규모 물량을 일괄 구매하는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해 가격을 크게 낮추는 구조다. 이를 통해 다수 의약품의 가격이 급격히 인하됐고, 공공 의료기관의 약품 비용 부담도 줄었다. 다만 가격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일부 품목에서는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산업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약가 제도는 전국민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기반으로 정부가 약가를 산정하는 구조다. 신약과 제네릭 모두 보험 등재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되며, 해외 주요국 약가를 참고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여러 국제 비교 연구에서는 한국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주요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반복돼 왔다. 반면 신약의 경우 참조가격 중심의 산정 방식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 대비 낮은 가격이 책정되면서 국내 출시가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단기간에 대폭 인하하는 개편안을 추진하자 산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단계적 조정과 보완 정책을 병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 정책은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어느 나라든 약가 정책을 산업과 고용, 공급 안정성과 함께 설계한다”며 “지금 정부 방안은 재정 절감 논리만 앞세운 채 산업 현장의 여건과 준비 기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 정책은 숫자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의약품 공급 체계를 만드는 수단이어야 한다”며 “현장을 배제한 채 속도만 강조하는 정책은 결국 국민 건강과 산업 경쟁력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소라 기자

press@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