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겪는 ‘명절증후군’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여운경 수의사 반·동·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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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겪는 ‘명절증후군’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여운경 수의사 반·동·건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6-02-20 09:28

[Hinews 하이뉴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동물병원은 평소보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반려동물 내원이 늘어난다. 사람에게도 명절 이후 피로감이나 소화 불량이 찾아오듯, 반려동물들도 이 시기에 나타나는 일종의 ‘명절증후군’이 존재한다.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변화이며, 특정한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생활 패턴 변화와 음식 섭취, 환경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복합적인 컨디션 저하 상태에 가깝다.

특히 이번 연휴 이후와 같은 시점은 반려동물의 상태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연휴 기간 동안은 보호자도 바쁘고 집 안 분위기도 분주해지면서 평소보다 반려동물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환경 변화에 민감한 존재다. 사람에게는 사소한 변화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도 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부분은 생활 리듬이다. 평소에는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하고,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명절에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모여 있거나, 식사 시간이 들쑥날쑥해지고 산책 시간도 줄어드는 일이 많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이라도 반려동물의 몸 상태에 영향을 준다. 특히 예민한 성향을 가진 고양이는 낯선 사람의 방문만으로도 식사를 거부하거나 숨어 지내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여운경 동대문 이즈동물병원 원장
여운경 동대문 이즈동물병원 원장

강아지 역시 반려견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관심을 받으며 과하게 흥분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고, 낯선 환경을 불편해하는 아이들은 경계심을 높이며 긴장 상태가 길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며칠 동안 이어지면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명절증후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소화기 문제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고 간이 강하다. 전, 튀김, 갈비, 잡채와 같은 음식들은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반려동물에게는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가 직접 주지 않았더라도, 식탁 아래로 떨어진 음식을 먹거나 가족들이 호기심에 간식을 건네면서 예상치 못한 섭취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배탈로 끝나기도 하지만, 반복되거나 양이 많아지면 구토와 설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었을 때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 바로 췌장염이다. 췌장은 소화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인데, 과도한 지방 섭취는 췌장에 부담을 주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췌장염은 반려동물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이며, 명절 이후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강아지의 경우 구토를 반복하거나 설사를 하고, 배를 만졌을 때 통증을 느끼며 몸을 웅크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평소보다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특히 평소 지방이 많은 간식을 자주 먹던 아이들이나 비만 경향이 있는 경우 더 취약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는 증상이 더 모호하게 나타난다. 반려묘는 통증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라 단순히 기운이 없거나 밥을 덜 먹는 정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호자가 ‘며칠 지나며 괜찮아지겠지’ 하고 지켜보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췌장염은 빠르게 탈수로 이어질 수 있고, 통증이 심해지면 회복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배탈과 췌장염을 구분하는 것은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복적인 구토, 하루 이상 지속되는 설사, 급격한 식욕 저하, 복부 통증이 의심되는 행동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소화불량 이상일 가능성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전에 췌장염을 겪은 적이 있는 반려동물이라면 재발 가능성을 고려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음식 문제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역시 명절증후군의 중요한 원인이다. 명절에는 집 안 낯선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소음이 늘어난다.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이러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의 방문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반려묘가 숨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화장실 사용 패턴이 달라지고, 식사량이 줄어들었다면 스트레스 신호일 수 있다. 강아지 역시 낯선 사람과의 접촉이 반복되면서 흥분과 긴장을 오가는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가 쌓인다 연휴가 끝난 뒤 갑자기 무기력해 보이거나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나타나는 변화일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이동이다. 명절 기간 동안 장거리 이동을 하는 가정도 많다. 차량 이동이 잦아지면 멀미를 하거나 식사 패턴이 깨질 수 있고, 새로운 장소에서 지내는 동안 충분히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연휴가 끝난 뒤 컨디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연휴가 끝난 직후 평소의 일상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갑자기 산책량을 늘리거나 식사량을 급격히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생활 리듬을 차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만약 명절 기간 동안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섭취했다면 며칠 동안은 자극적인 간식을 피하고, 소화가 잘 되는 평소 사료 위주로 급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생활 패턴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명절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지나간 뒤에는 그 여파가 몸 상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평소보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토나 설사 같은 배탈 증상이 반복되고, 복부 통증이 의심되는 행동이 보인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기보다는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름진 음식 섭취 이후 나타나는 췌장염은 조기에 관리할수록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명절은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예상치 못한 변화도 생길 수 있다. 연휴가 끝난 지금,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반려동물의 몸과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관심과 관리가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글 : 여운경 동대문 이즈동물병원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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