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조울증 치료, 한방치료는 왜 ‘넘어야 할 산’이 많은가 [설재현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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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조울증 치료, 한방치료는 왜 ‘넘어야 할 산’이 많은가 [설재현 원장 칼럼]

함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4-03 11:08

[Hinews 하이뉴스] 조현병과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나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불균형과 신체 전반의 상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질환이다. 그래서 치료 역시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근본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양방치료와 한방치료는 치료 과정 자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양방치료는 주로 약물을 통해 환청, 망상, 기분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증상을 빠르게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실제로 항정신병약이나 기분조절제는 단기간에 증상을 안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급성기 환자에게는 필수적인 치료이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증상의 조절’에 중심이 있기 때문에,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원장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원장

반면 한방치료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단순히 환청을 없애거나 기분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증상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고 이를 단계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조현병과 조울증을 단순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고, 담이 심규를 막고(痰迷心竅), 간기울결로 기혈 순환이 막히며, 비허로 인해 담이 계속 생성되고, 심신이 불안정해진 복합적인 상태로 이해한다. 즉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부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 산은 ‘담을 제거하는 단계’이다. 담은 뇌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여 환청, 사고 혼란, 현실 판단력 저하를 일으키는 핵심 병리인데, 이 담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치료 초기에 담이 움직이면서 오히려 일시적으로 증상이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어 보호자와 환자의 인내가 필요하다.

두 번째 산은 ‘비기 회복 단계’이다. 비가 약하면 계속해서 담이 생성되기 때문에, 아무리 담을 제거해도 다시 쌓이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소화기 기능을 회복시키고, 몸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 산은 ‘간기 소통 단계’이다. 간기울결이 풀리지 않으면 감정의 기복, 충동성, 불안이 계속 반복된다. 특히 조울증 환자의 경우 이 단계가 매우 중요하며, 간의 흐름이 안정되면서 비로소 감정의 파동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마지막 산은 ‘심신 안정 단계’이다. 심신이 안정되지 않으면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증상이 다시 흔들리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수면, 정서 안정, 사회적 적응까지 함께 회복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한방치료는 단순히 하나의 증상을 없애는 치료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산을 하나씩 넘어가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치료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고, 중간에 좋아졌다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구간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복된 경우에는 단순한 증상 억제를 넘어,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조현병과 조울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치료가 더 좋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치료의 특성과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급성기에는 양방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후 안정화 단계에서 한방치료를 병행하거나 전환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이상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한방치료는 빠른 길이 아니라 ‘제대로 가는 길’이며, 그 길 위에는 분명 여러 개의 산이 존재하지만, 그 산을 하나씩 넘는 과정이 곧 회복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글 :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 원장)

함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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