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사상충 감염은 감염된 모기에 물린 후, 유충이 체내에 침입하면서 시작된다. 모기의 침 속에 있던 미세한 유충은 피부를 통과해 반려동물의 몸속에 들어가고, 이후 피부와 근육 사이 조직에서 약 2~6개월에 걸쳐 성장한다. 문제는 이 유충이 성장하면서 결국 반려동물의 심장과 폐동맥에까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성충이 된 기생충은 최대 30cm까지 자라며 혈관을 막고 염증을 유발해 혈액 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과 폐의 기능이 떨어져 무기력, 기침, 호흡 곤란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혈관 고혈압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는 주로 키트를 통해 확인한다. 심장사상충키트 검사는 채취한 혈액을 키트에 떨어뜨려 암컷 성충이 분비하는 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검사 정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면 심장사상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심장사상충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1기에서 4기로 나뉘며, 각 단계마다 증상과 치료 부담이 달라진다. 감염 초기인 1기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우연히 혈액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기생충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약물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2기부터는 가벼운 기침이나 무기력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치료 과정도 더 신중해진다. 이 시기에는 먼저 염증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하고, 이후 성충 치료를 단계적으로 치료한다. 치료 기간은 보통 6개월 이상으로 길어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 인내심이 필요하다.
3기 이상부터는 상태가 심각해진다. 3기의 경우, 입원과 집중 관리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심장 내부로 통하는 혈관을 통해 기생충을 제거하는 시술이 병행된다. 4기에 이르면 대부분 이미 심장과 폐혈관이 기생충으로 가득 차 혈류 흐름이 막히는 수준인 경우가 많으며, 치료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지만, 마취와 회복 모두 위험 부담이 커 치료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심장사상충은 ‘치료하는 병’이 아닌 ‘예방하는 병’으로 기억해야 한다. 예방약을 한 달에 한번, 정해진 기간에 맞춰 꾸준히 투약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보통 모기 활동이 왕성해지는 6월부터 심장사상충 예방이 필수다.
항상 곁을 지켜주는 반려동물이 작은 모기 하나로 인해 생명을 위협당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글 : 이범로 다루동물병원 원장)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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