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척추는 뼈, 추간판(디스크) 외에 후관절이라는 작은 관절이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관절은 경추에서 요추까지, 척추 마디마다 쌍을 이루어 자리 잡은 가운데 척추 회전과 뒤로 젖히는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아가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처럼 후관절은 작은 구조물이지만 척추가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숨은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후관절이 손상 및 퇴행성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노화로 인해 연골이 닳거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후관절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반복적인 무거운 물건 들기, 비만 등은 후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며 염증 및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외상은 아니더라도 반복된 미세 손상이 쌓여 후관절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후관절증후군 증상은 다른 허리 질환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허리 통증이 주된 증상이지만 몸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고 불편하다가도 움직임이 시작될 경우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가 잘 펴지지 않는 불편함도 자주 나타난다.
통증이 엉덩이나 허벅지 뒤로 퍼질 수 있으나 발끝까지 저리는 증상은 드물어 허리디스크와 구분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반복될 경우 의료진 주도 아래 정밀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휴식과 온찜질·냉찜질,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을 통해 통증 완화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심할 경우 후관절 주변 신경을 대상으로 한 신경차단주사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자가진단이나 방치가 아닌 의료진 진료를 통해 원인 및 상태에 맞는 최적화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후관절증후군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생활습관의 개선이 핵심이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이 좋다. 또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숙이지 말고 무릎을 굽혀 하중을 분산시키는 습관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척추 안정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 적절한 체중 유지 역시 후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 된다.
(글: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
김국주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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